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겨울 울산형 혁신학교인 서로나눔학교 공모를 준비하면서 학교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다움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 모든 선생님들은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내일까지 보고해야 할 공문이 있고, 관리자와는 추진해야 할 사업에 대해서 의논하는 상황에서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선생님들은 교장, 교감선생님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업무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 교육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의 학교는 하나의 공공기관일 뿐이다. 학생 중심의 배움 활동보다 교육 활동 계획서와 결과 보고서 형태의 문서가 더 요구되고 있다. 학교자체평가, 종합감사, 정보공시 등 문서가 아니면 판단하기 어렵다는 행정 편의주의 체제하에서 교무행정업무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선생님이 교육 활동에 전념하려면 행정업무의 시발점인 공문이 배부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 학교는 모든 선생님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담임선생님만이라도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교과전담교사 2명과 교육업무실무사 1명으로 구성된 교무업무전담팀을 시작하게 되었다. 담임교사에게 준 '공문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선물은 컴퓨터를 켜면서 시작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시작하는 아침 풍경으로의 바뀌어갔다.
 
물론 교무업무전담팀 운영의 시작에 앞서 몇 명의 사람이 그 많은 업무를 다 할 수 있나?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행복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담임교사의 수업이 너무 많아지지는 않을까? 왜 선생님들의 업무를 실무사가 해야 하나? 등등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학교의 본질을 찾기 위한 구성원들의 노력 속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교무업무전담팀 운영을 통한 학교업무정상화 과정을 돌아보며 담임교사는 “온전히 학급 경영에 전념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수업을 좀 더 하더라도 공문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오후에 아이들을 남겨서 지도할 수 있고 상담도 할 수 있다. 아이들 가르치고 연구하는 모습이 교사로서의 삶을 사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교무업무전담팀으로 함께 한 교육업무실무사는 “처음엔 큰 업무가 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었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를 맡고 나서는 나의 일이 선생님들에게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 좋았다. 교육업무실무사들도 학교다운 학교를 만드는 데 당당히 함께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학교가 시도한 교무업무전담팀 운영은 학교업무정상화의 정답이 아니다. 모든 학교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다른 학교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타 학교의 사례는 우리의 고민에 도움을 주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학교업무정상화의 답은 그 학교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함께 고민하고 직접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철학 공유가 없는 학교업무정상화는 모래성과 같다. 교육 활동 중심의 학교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학교업무정상화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조언을 해 주는 주변 인물들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로 다른 배경지식이 형성된다. 이러한 배경지식의 차이는 목표가 같더라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육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적용의 차이는 서로를 오해하게 만들고, 오해는 상호간의 신뢰 관계를 흔들기도 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다큐를 보는 등 같은 소재를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철학을 공유함으로써 공통의 배경지식을 폭넓게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학교 혁신을 이야기하며 행정 중심에서 교육 활동 중심으로 학교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학교업무정상화를 통해 컴퓨터 앞이 아니라 아이들 옆에 교사가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이 행복하고 교사가 보람 있는 학교를 꿈꾸는 모든 학교에서 학교다움의 첫발은 학교업무정상화로 시작해 보길 추천한다. 

 

☞ 울산신문 유튜브 구독하기 ▶ https://vo.la/ut4n
☞ 울산신문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s://vo.la/xLJA
☞ 울산신문 페이스북 구독하기 ▶ https://vo.la/yUp4
☞ 울산신문 인스타그램 구독하기 ▷ https://vo.la/3jIX
☞ 울산신문 트위터 구독하기 ▶ https://vo.la/1ubY
☞ 울산신문 블로그 구독하기 ▷ https://vo.la/KzpI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