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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회에는 수많은 집단과 공동체가 존재하고 그 각각에는 지도자, 곧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선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깊다는 이야기다. '주말에 만나는 인문학' 세 번째 시간에는 고전을 통해 살펴보는 '리더십'에 대한 가르침을 박삼수 교수와의 대담으로 풀어본다.

- 동양의 옛 성현이 남긴 고전에서 '리더십'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 세상에는 리더십을 논한 책이 넘쳐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양 고전에서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옛 성현의 지적(知的) 경지는 상상 이상이요, 그 지력(智力)과 통찰력은 놀랍기 그지없다. 동양의 성현은 대개 난세를 살며 구세의 일념을 불태웠다. 누구보다도 태평성대를 꿈꿨고, 훌륭한 리더의 바람직한 형상을 설파하며 그 출현을 염원했다. 이는 서양의 성현들은 학문적 호기심의 동력(動力)과 작용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동양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동양 고전에서 강조하는 '리더십'중 가장 근본이 되는 가르침은 무엇인가?
△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동양 고전은 리더가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이끌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바르게 닦고 다스릴 것을 요구한다. 뭐니 뭐니 해도 리더십의 근본은 스스로 심신을 바르게 닦으며 품성과 덕성을 함양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자가 『대학』에서 '수신'을 근본으로 하여 '제가' '치국' '평천하'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 것은 바로 그 같은 이치를 역설한 것이다. 예로부터 지도자의 여러 자질 가운데 도덕성을 가장 중시하고 강조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둘째, 끊임없이 배우라는 것이다. 공자가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배우기를 좋아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공자가 누구보다도 배움의 위대한 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청나라 황종희(黃宗羲)가 "한 사람이 열심히 배우면 지혜로워지고, 배우지 않으면 어리석어질 것이다. 한 나라가 배움을 중시하면 잘 다스려지고, 배움을 경시하면 어지러워질 것이다. 고대 성현들의 훌륭한 덕성, 위대한 공훈과 업적은 배움을 바탕으로 이룩되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세상사는 혈기나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리더는 반드시 배우기를 좋아하며 온고지신(溫故知新)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지식과 지혜, 식견을 더하고, 나아가 지력과 통찰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 고전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리더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 매우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첫째, 아랫사람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함으로써 인화(人和)를 이뤄라.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말했다. "임금이 신하 여기기를 자신의 수족과 같이 하면 신하는 임금 여기기를 자신의 배나 가슴과 같이 하고, 임금이 신하 여기기를 개나 말과 같이 하면 신하는 임금 여기기를 길가는 낯선 사람과 같이 하며, 임금이 신하 여기기를 흙이나 먼지와 같이 하면 신하는 임금 여기기를 도적이나 원수와 같이 할 것입니다."(『맹자』 '이루하편')

 둘째, 존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실하고 진실해야 한다. 그러면 모두가 우러러 볼 것이다. 또한 처신 처사에 각별히 신중하고 중후함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신뢰를 쌓아 큰 신뢰를 확립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한비자』에서 말했다. "작은 신뢰를 얻으면 큰 신뢰가 확립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는 끊임없이 신뢰를 쌓는 가운데 탄생하게 되는 법이다."
 셋째, 항상 자기 자신을 살피고 돌이켜 보라. 사람들은 대개 남의 부족함은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자신의 흠결과 과오에는 둔감하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일의 탓이나 해법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일의 탓이나 해법을 남에게서 찾는다."(『논어』 '위영공편') 리더는 당연히 군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넷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고, 인재를 가려서 쓸 줄 아는 혜안과 현명을 길러라.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쓸 때, 그 능함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안자춘추』에서 "사람을 임용할 때는 그 사람의 능한 부분을 충분히 발휘하게 할 뿐, 능하지 못한 부분까지 상당한 성과를 내주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듯이, 작은 허물에 얽매이지 말고, 그 사람의 뛰어난 재능을 높이 살 줄 알아야 한다.

 다섯째, 시비선악에 대한 분별력을 길러라. 공자가 말했다. "뭇사람이 다 그를 미워한다고 해도 반드시 자세히 살펴 볼 것이요, 뭇사람이 다 그를 좋아한다고 해도 반드시 자세히 살펴 볼 것이다."(『논어』 '위영공편') 그것은 공자가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사람은 남의 악행을 드러내 말하면서 진실을 손상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사람을 찬양하는 사람은 남의 선행을 드러내 찬양하면서 진실을 과장하는 경우가 있다."(『논어집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교한 참언과 거짓 호소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의 불순한 마음을 미리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공자가 말했다. "남이 나를 속이지 않을까 미리 의심하지도 않고, 남이 나를 믿지 않을까 미리 억측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그것을 미리 아는 사람이 진정 현인이로다!"(『논어』 '헌문편')

 여섯째, 항상 불시(不時)의 어려움에 대비하고, 어려움에 직면해서는 침착하고 냉정하면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라. 『주역』 '계사하전'에서 말했다. "군자는 안전한 때에도 항시 불시의 위험을 경계하고, 무사히 존속하는 때에도 항시 불시의 멸망을 경계하며, 안정된 때에도 항시 불시의 혼란을 경계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뿐만 아니라 나라도 잘 보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곱째, 매사에 대인(大人)의 풍모를 보여라. 노자가 말했다. "성인은 반듯하지만 깐깐히 남을 힘들게 하지 않고, 예리하지만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솔직하지만 남에게 함부로 하지 않고, 빛나지만 남의 눈을 부시게 하지 않는다."(『노자』 제58장) 이처럼 사람은 대인다운 외유내강의 풍모에 진정한 카리스마가 풍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덟째, 매사에 소인배의 행태를 경계하라. 예컨대 분열과 대립은 소인배의 작태이다. 또한 분노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공자가 이른 대로, "화가 치밀 때는 그로 인해 초래될 어려움을 생각해야 하나니"(『논어』 '계씨편')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친다."(『논어』 '위영공편') 『주역』 '계사하전'에서 말했다. "소인은 소소한 선행은 자신에게 별로 이로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고, 소소한 악행은 자신에게 별로 해로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 주저 없이 한다. 그러므로 악행이 쌓이고 쌓여 덮고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 죄(罪)가 커지고 커져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리더는 선하지 않고, 의롭지 않은 일은 사소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는데, 이처럼 이상적인 '리더십'도 직접 실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죠?
 
△ 동양 고전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한 마디로 리더의 위인(爲人, 사람됨)과 재덕(才德, 재능과 덕성)이 핵심이다. 뛰어난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겸허히 배우기를 좋아하며 훌륭한 품성과 덕성 그리고 탁월한 능력을 겸비토록 해야 한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결국 리더의 그 같은 기본 인성과 자질에 힘입어 발휘되는 것이다. 그런데 상술한 리더십 지침들 가운데에는 사실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익히 아는 내용들도 없지 않다. 사람들은 대개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들을 지식으로서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사람이 알고 말하기는 쉬워도 말처럼 행하기는 쉽지 않다. 지행(知行)일치, 언행일치는 오직 그 사람의 기본 품성과 덕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훌륭한 리더십은 쉽게 얻어지고 행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 위력은 분명 대단한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리더들이 어찌 보다 훌륭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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