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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사진 한 장이 휴대폰으로 도착했다. 거실 장을 배경으로 선 분홍색의 카네이션 화분에'감사합니다'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사진이었다.
 
사상 초유의 휴업령과 온라인 개학을 겪고 등교수업을 한 첫날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선생님들 못지않게 고생하신 분들이 학부모님들일 것이다. 가정에서 주간학습 안내를 확인하고 시간마다 학습콘텐츠를 찾아 들어가 아이가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한 가정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애쓰셨을 것이다. 다자녀인 경우에는 거의 전쟁터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그렇게 애쓰셨을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은 화분을 만들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화분에 카네이션을 꽂고 리본도 달았다. 감사의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도 붙였다. 3학년인 아이들의 얼굴엔 잘 만들어서 부모님께 선물하겠다는 몰입의 경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화분을 어머니가 손에 들고 너무 예쁘다며 찍은 사진이었다. “선생님, 너무 감동적이에요. 잘 간직할게요" 마음을 전달해 오셨다.
 
그 순간 궁금했다. 이 어머니는'어떤 교육관으로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걸까?' '아들이 직접 만들어 간 화분이라 감동하셨을까?' '나의 마음을 잘 전달받아서일까?' 주마등처럼 여러 질문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감성이 살아있는 어머니가 우리 반 학부모님이라니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올해 상반기 언론 보도를 접하여 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 대응 상황에서 교육계의 대처 상황은 부드러워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교육을 누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지 남을 탓하기 바빠 보였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 어디든 함께 돕자고 말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책무를 지우는 수동적 대처에만 급급해 보였다.
 
학교 현장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에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학부모와 협력한다는 게 먼 미래의 일이라고 느낀 적도 있었다.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전통적인'낡은 사고'로만 바라보며 학부모가 학교를 못 믿고, 학교에서는 학부모를 소위'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정도로 여기기도 했다. 이제는 닫혀있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서로의 교육철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 가까이에서 협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얼마 전, 지자체에서 교육 혁신지구 운영을 위한 설문 조사를 했다. 10년 전의 경기도에서 출발한 마을 교육 공동체 혁신 모델을 그대로 무늬만 옮겨올지, 지역 특색에 맞는 배움과 성장이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여질지 주목된다. 
 
학부모와 학교, 지자체에서 얼마만큼의 통섭과 협력, 소통으로 미래 교육의 방향을 이끌어 갈지 우리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이다. 이제는 혼자서 공부하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로 전 세계 인류가 위협을 받고 있다. 당대 최고의 학자나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지식의 한계는 그 시대의 지적한계를 뛰어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남과 비교 이전에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면 좋아하는지 학교 밖 자원을 활용하여 학력을 키우는 것이 미래의 인재상에 더 부합할 것이다.
 
4차 혁명을 앞두고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과 아웃소싱(Outsourcing)이 주는 미래 교육의 교훈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가 함께 교육의 기준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며 새로운 사고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을 상품화하여 인기몰이식 수요자 중심의 교육만을 펼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배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하여 디자인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디자인 대회를 열어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아웃소싱(Outsourcing)으로 회사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우리는 굳이 지금 현 상황에서'무조건 열심히'만 해서는 답을 찾지 못할 것 같다.
 
다양한 생각들이 엉키고 뒤섞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협력과 소통은 미래 인재상에 꼭 필수 요건이라고 교육현장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창의성은 물론 협업과 시민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보편적 교육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단시간에 이룰 수 없지만, 서로의 책무성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 교육의 책임성을 가지고 숙고해보았으면 한다.
 
교사인 나부터라도 내 아이, 우리 반 아이, 내 과목을 넘어서 현재의 교육을 재조명할 시간을 진지하게 가져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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