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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문화 불모지인가? 글자만 보면 모(毛)가 없다는(不) 말인데, 논쟁 이전에 생각해볼 것이 있다. “언제 우리가 지역 문화판에 모를 심은 적은 있었던가" 
 
농부는 꽃을 심고 폴로리스트는 꽃을 포장한다. 지역문화도 '심는 사업'이 있고 '포장 사업'이 있는데, 심어야 보배거늘 지역문화에 '심는 사업'을 찾아보기란 참 어렵다. 
 
울산은 우스갯소리로 IMF도 피해간 도시라 한다. 현재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으뜸이다. 잘 사는 도시는 세수(稅收)도 높다는 의미, 걷은 세금으로 문화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지역별 재정지출 대비 문화·관광차지 비중이 7%를 상회하는데 이는 전국 1위이다.
 
그런데 울산의 문화적 위상은 어떨까. 문화기반 시설이나 문화예술인 활동량 등 문화 지표상에서 울산은 세종시를 제외하고 매년 꼴찌를 기록한다. 인터넷에서는 굴욕적이게도 재미없는 도시 즉, '노잼도시'로 불린다. 문화 불모지란 자성의 목소리도 더욱 자주 들리는 요즘이다. 
 
그 많던 세금은 어디로 갔을까. 
 
우선 지자체마다 캐릭터 이야기 발굴에 혈안이 돼있다. 애쓰고 용쓰고 많은 돈까지 쓰면서 만들었지만, 대중은 정작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일련의 노력이 허망할 정도다. 
 
헛물을 켠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문화재'와 '문화' 다시 말해 '보존했을 때 가치 있는 것'과 '향유하기에 좋은 아이템'에 대한 분별은 없었던 듯 보인다. 지역 특성화의 소재를 오로지 과거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강박, 그것은 과거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다.
 
부산물로서 고래와 처용 그리고 큰애기 등 도시 도처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갔을 법한 조형물과 상징물이 널려있다. 이런 소재들은 '축제화'를 거치면서 지역에는 참 많은 축제가 생겼다.
 
너무 많은 나머지 울산시에서 축제 통폐합을 위한 연구조사를 시행했다. 검토대상이 된 축제가 자그마치 24개다. 포장된 꽃다발은 뿌리가 없어 보통 사흘이면 시들어버리던데, 길어봐야 사흘 남짓 지역축제에 막대한 예산이 쓰였고 또 증발했더랬다.
 
작위적이고 박제화된 '캐릭터조형물'과 일시적이며 휘발성 강한 '지역축제'는 울산이 그동안 지향했던 문화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사업은 '심는 사업'이 아니라 '포장 사업'이다. 과거적이고 기념적이고 또 추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기란 어렵다. 매력과 끌림이 없어 보인다. 시쳇말로 '노잼'으로 보인다. 
 
과거에 대한 발굴 노력만큼이나 현대 삶의 패턴(LifeStyle)을 분석하고 '오늘날 문화'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축제를 비롯한 문화사업이 지역에 어떻게 뿌리 내릴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역에 사람과 자원을 찾고, 그 요소들을 잇고,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 것인지가 이제는 화두가 돼야한다. 
 
먼저 문화적 토대를 개간해야 한다. 콘텐츠(s/w)들이 운영된 기반을 다지는 일. PC용어로 윈도우 바탕화면을 OS(운영체제)라 부른다. 예전에 '그림판'(사진편집 툴)을 이용하다가 기능적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포토샵'이라는 툴을 설치하려 보니깐 호환성의 문제로 '윈도우'를 최신판으로 바꿔야 했었다. 비슷한 논리다. 최신문화(s/w)를 설치하기 위해선 지역문화판(OS)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지금의 문화정책은 일회성 및 전시성 사업을 용이하게끔 설계돼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 재단에는 구청 위탁 사업으로 10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거리음악회"라는 이벤트성 사업은 있지만 '생활문화' '도시재생' '공동체 활성화' 등 국정 기조나 문화 비전 그리고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정책은 부재하다. 하고 싶어도 관련 정책이 없어서 못 한다. 내려오는 예산이 없어 설치를 못 하고 있다. 개선이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문화매개자, 주민활동가 등에 대한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문화의 경계는 공연, 전시 사업을 넘어 이미 사회혁신,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그렇다면 저마다 접근(진단)과 해결(처방)은 다를 텐데, 예술전공자라 해서 또 행정 이력이 있다 해서 이 일을 쉽게 맡겨서는 안 된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 했다. 
 
병원간판에 '진료과목' 문구가 적혔다면 해당 의사는 전문의가 아니라 전공의일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지역사회의 이슈와 정책설계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시민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공자가 아니라 전문가가 필요하다. 
 
끝으로 민선 7기에 들어서면서 그래도 '생활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문화생태계 구축' '전문 인력 양성' 그리고 '생활문화'는 이른바 '심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심자. 키우자.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했던가. “언제 우리가 지역 문화판에 모를 심은 적은 있었던가" 문화 불모지였던 울산이 문화도시로 못 오를 이유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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