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한 현대·기아차의 단체협약이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아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산재사망자 A씨의 유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산재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는 것이 구직 희망자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체협약 조항은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했다. 이 중 11명은 사측이 자발적으로 특별채용에 합의해 장기간 산재 유족을 채용해왔다는 점에서 이 조항이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산재사망자 자녀가 공개채용 절차에서 우선 선발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절차에서 특별 채용된다는 점에서 구직희망자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도 없다고 봤다.

반면 이기택·민효숙 대법관은 단체협약의 산재사망자 자녀 특별채용 조항이 구직희망자의 희생에 기반한 것으로 위법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공정한 채용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구직희망자의 지위를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나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가 늘어나는 현실에 비춰봐도 특별채용 조항은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고 강조했다.

A씨가 2008년 8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업무상 재해로 판정을 받자 유족들은 A씨 자녀를 채용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면 6개월 내 직계가족 한 명을 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사측이 채용을 거부하자 유족들은 A씨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과 채용 의무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유족에게 위자료 등 2,3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지만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봤다. 단체협약의 '특별채용' 조항이 사용자의 고용계약 자유를 제한하고 '일자리 대물림'을 초래하는 등 사회 정의 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민법 103조가 명시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산재 유족 특별 채용 조항이 민법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정기자 uskej@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