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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울산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울산시 차원의 공식 추진위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와함께 반구대암각화를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올리기 위한 신청서 보완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번 추진위를 통해 세계유산 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분야별 대응 전략 마련 등을 발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및 보존·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한 추진위는 40명 이내로 구성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진위 구성은 울산시 관련 조례와 함께 지난 2019년 9월 울산시와 울주군, 문화재청이 맺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및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에도 내용이 있으며, 이를 이행하는 취지도 담겼다.

추진위는 시장을 위원장으로, 문화관광체육국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위원은 울산시·울주군 공무원과 문화재청 관계자, 문화계, 학계 등 세계유산 보존·관리 등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촉할 방침이다. 위원 임기는 2년에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추진위 내에는 행정분과와 학술연구분과, 보존관리분과, 대외협력분과 등 분야별 4개 분과를 둘 예정이다. 추진위는 앞으로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관한 사항 심의를 비롯해 보존·관리에 관한 사항, 암각화와 관련한 학술조사 연구, 암각화 교육·활용 방안 마련,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지역주민 참여·홍보 등의 역할을 맡는다. 울산시는 현재 진행 중인 위원 인선작업을 이달 내 마무리하고, 늦어도 9월 초에는 추진위 구성을 끝낸 뒤 위원 위촉식 및 출범식과 함께 반구대 암각화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 기반이 될 추진위원회 구성과 함께 암각화를 연내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올리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1월 문화재위원회의 심사에서 우선등재목록 선정 '보류' 결정이 난 이후 지금까지 신청서의 미흡한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재위원들이 요구한 보완 사항인 반구대 암각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국내외 다른 암각화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역사적, 문화적, 학술적 가지를 규명하는 작업은 끝낸 상태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보존 방안과 관련, 영남권 5개 시·도지사의 새로운 협의체인 영남권미래발전협의회를 통해 낙동강 통합물관리 사업에 대한 합의점을 이끌어낸 변화된 상황을 신청서에 반영했다.

문화재위원회의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 심사는 별도 신청 없이 지난해 11월 신청서를 토대로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보완을 거듭해온 결과물을 놓고 통과 여부를 최종 판정하게 된다. 울산시의 바람대로 반구대 암각화가 연내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면, 지난 2010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이후 11년 만의 성과로 기록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의 올 1월 심사에서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이 '보류'된 이후 위원회에서 지적된 미비점을 충분히 보완했다"면서 "암각화 보존을 위한 낙동강 통합물관리 사업 등 연계 사업이 이미 공론화 단계에 있는 만큼 연내 목록 선정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독보적인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인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울산시민들은 지난 십수년의 세월동안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와 함께 했다. 지역의 물문제와 문화재 보존이 충돌했을 때 문화재는 안중에 없는 무식한 시골사람들이라는 격한 비난도 들었다. "촌놈들이 물문제로 생떼를 쓴다"는 이야기부터 "변기용량을 줄이고 옥상마다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해 식수를 해결하라"는 역겨운 대안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식수와 문화재가 충돌하는 현장에서 울산시민들은 언제나 그 중심에 인류 최고의 고래그림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반구대암각화의 경우 암각화 자체의 보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해당 유산의 보존에 더욱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만 문화재청은 이 본질에서 이미 한참 벗어나 있다.

마치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가 울산시민들의 무지와 지방정부의 적폐 때문에 지연되는 것처럼 호도됐다. 이제 이 모든 문제를 끊어내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 울산시가 추진하는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노력이 결실을 보게 돼 울산이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로 거듭난다면 그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국가나 민족을 넘어 전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음을 입증 받는 것이다.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탄력을 받아 반구대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실을 맺고, 모두가 유산의 가치를 재인식해 암각화의 진정한 보존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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