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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시인이자 아동문학가로 활동 중인 이시향(사진) 씨가 첫 디카시집 '피다(도서출판 시와실천)'를 펴냈다.

'디카시'란 '디카'(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합성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를 말한다.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저자는 '디카시'를 처음 접하고 자신에게 딱 맞는 분야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번 책에서는 시와 사진을 결합한 70여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일하다 손가락이/잘려 나갔다고/꿈이 사라지는 것 아니 듯/나를 자른다고/봄꽃 못 피우겠는가!"(이시향 시 '피다' 전문)

이어산 평론가는 해설에서 표제시 '피다'에 대해 "피다는 꽃이 피어남을 말하기도 하지만 손가락이 잘려나가서 흘린 피(血)의 동음이의어를 뜻하기도 한다. 시인의 동생이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아픔을 당한 후 공장 앞의 목련이 나무의 중간에도 꽃을 피우고 있는 부분을 포착해 순간 떠오른 시상과 결합해 쓴 시"라며 "시인의 시선은 어둔 곳을 향한 따뜻함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디카시'는 영상 언어인 사진과 5행 이하의 문자 언어인 시의 결합체로, 자연이나 사물을 보고 순간 떠오른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때문에 작품 속에는 시인만이 가지는 촌철살인의 개성이 적극 발휘된다.

이시향 시인은 "이번 책은 독자들이 싫증나지 않도록 구성했고 남들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쓴 디카시도 있으며, 시와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가로 넘기기로 편성하는 세심함을 더했다"며 "누구나 디카시를 쓸 수는 있지만 누구나 좋은 작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오랜 연습과 언어를 다루는 내공이 있는 사람이 더 훌륭한 시를 쓸 수 있다. 이 책은 앞으로 디카시를 쓸 시인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향 시인은 2003년 계간 '시세계'에서 시 당선, 2006년 '아동문학평론'에서 동시 당선, 2020년 '시와편견'에서 디카시 부문에 당선됐다. 제34회 울산예총에서 예술문학상, 제3회 울산 남구 문인상, 제9회 울산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펴낸 책으로는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사랑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 시화집 '마주 보기' 등이 있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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