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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발 코로나19를 막지 못한 것에 책임 논란이 분분했다. 다들 초기에 문을 닫아걸었어야 했는데 싶었던 게다. 다행히 철저한 관리로 불길 가닥이 잡히는가 싶었다. 한숨 돌리는 새 틈이 생긴 것일까. 인간의 우매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이러스가 재확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차 불씨의 근원지는 광화문 집회장이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웃사랑의 선봉에 서있어야 할 종교, 정치인이 가세해 혼돈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 하다가도, 끝 간 데 없이 번져가는 바이러스를 보면 마음이 불안하다.

어느 목사님은 신앙이 생명을 우선한다며 예배 자제 요청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물론 종교 박해시대에 순교자들의 삶은 자신의 생명보다 신앙이 앞선 행위였다. 타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았기에, 박해자들 앞에 당당한 그분들의 모습에서 거룩함까지 느껴졌다. 이 경우에 같은 잣대를 댈 수 있을까?

내 마음이 성전이라고 했다. 진정 올바른 신앙이라면 결코 장소가 문제일 수 없다. 온 나라가 바이러스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당분간만이라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함이 종교인다운 선택이 아닐지. 생명을 위협하는 발등의 불을 꺼야 종교도 있고, 정치도 있는 것 아닐까.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사라더니 요즘 삶의 현장이 마치 얼크러진 칡넝쿨 같다. 갑갑한 현실 앞에 매사 예민해진다.

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숲 속에 들어서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곁에 자연이 없다면 어찌 살까. 모처럼 자연에 감사하며 다행스러운 기분에 취해 걷고 있는데 그 분위기를 가르듯 방송 멘트가 득달같이 날아와 귀에 꽂힌다. "될 수 있으면 공원 나오는 것 자제하시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권고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쩌란 말인가.

디지털 세상의 가속화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급속히 기계화되어가는 세상에 멀미가 났다. 아무리 지난한 삶일지라도 추억은 아름답고 그리워지는 법, 좀 가난하고 불편해도 사람과 부대끼며 살던 옛 시절을 그리는 건 인지상정이리라. 한데 현실은 가면도 모자라 비대면의 삶을 살라한다. '언택트'가 붙은 교육, 여행, 마케팅, '홈 코노미' 등 비대면 전자 상거래가 아니면 삶이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사회 전반에 디지털 기반이 깔려있기 망정이지 어쩔 뻔했나.

조물주는 피조물 중 사람에게만 생각하는 기능을 불어넣어 이웃과 자연을 돌보며 더불어 살라는 사명을 주었다고 한다. 한데 인간은 어찌했던가. 지구가 마치 파내고 파내도 끝이 없는 화수분이라도 되는 양, 물질과 편리를 얻는 길이라면 괴발개발 자연 훼손도 서슴지 않았다. 여태까지 나도 그 대열에 편승, 편의를 누리며 살았다. 지금은 마음마저 사분오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삶은 더없이 편해졌지만, 마스크, 폰이 생필품에 추가되었다. 사람이면서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 비대면 세상, 이건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니라 우리가 삶의 현장에 가한 폭력의 대가이지 싶기도 하다.

내가 뱉은 말 한마디의 최종 기착지는 나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원인은 내 안에 있는데, 서로들 남 탓하기에 바쁜 건 아닌지. 내 작은 행동 하나가 이웃에, 환경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질병 관리 수칙의 철저한 준수밖에 대안이 없는 듯하다. 사생활 다 접어두고 1년 가까이 질병 관리에 투신하고 있는 많은 의인들의 삶, 그 한 가지만 봐서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 같다. 그게 내가 살고 이웃이 사는 길 같아서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체조 지도자 '여홍철'의 인터뷰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올림픽이 연기되어 안됐다고 하자, 그동안 고된 훈련으로 챙기지 못한 몸 추스를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현실에 건네는 조언 같기도 하다.

경제 마이너스 성장? 그동안 쌓인 군더더기를 털어내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한걸음 멈춤만으로도 봄이면 극성을 부리던 황사, 미세먼지가 꼬리를 내렸다. 감기 환자는 물론, 사람과 부딪칠 일이 적으니 갈등도 줄었다.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고, 공적자금도 풀었다. 선진국 '벤치마킹'하기에 바빴던 우리가 코로나 대처 효율성을 인정받아 그들이 우리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코로나가 세계무대에서 국가의 위상을 올려놓은 셈이다.

우리 민족은 어려움의 대처능력이 강하다. 지금도 IT기술이 앞서있어 공연 문화, 교육, 재택근무, 경제활동을 온라인으로 무리 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 아침마당 '황금연못'에서도 실버 디지털 교육을 실행했다. 자식에게 도움 받을 수도 없는 시대이니 노인도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제작진의 의도이리라. 그러고 보면 노인에게 전자 상거래 교육만큼 필요한 안전망도 없지 싶다.

지금의 시련을 시절의 전환기로 생각하면 어떨까. 가보지 않은 길은 고통이 따르기 마련,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언제든 밝은 미래는 다시 오리라 믿는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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