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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태풍 내습이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울산을 관통하면서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지고 정전, 도로 통제, 항공기 결항 등 피해가 속출했다. 울산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태화강에는 오전 8시 40분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갔다. 

많은 비와 바람을 몰고 온 하이선으로 인해 각종 피해도 이어졌다. 기업체에도 피해가 잇따랐다. 현대자동차 울산 5공장이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정전돼 제네시스 G90, G80, G70, 투싼, 넥쏘 등 생산라인이 멈췄다. 현대모비스 공장도 정전돼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안벽 쪽에도 바닷물이 넘어 들어왔다. 현대중공업은 측은 피해 상황 점검을 위해 필수 인력만 배치했고, 나머지 모든 직원은 오후 출근하도록 조치했다.

자동차와 조선 협력업체가 모여 있는 북구 매곡산업단지 일부 업체에도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강풍에 지붕이 날아간 업체도 부지기수다. 울주군 온산읍과 청량면 일대 일부 기업도 일시 정전을 겪었다. 주로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일부 업체는 먼 거리에서 출근하는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조치했다.

이번 태풍은 불과 일주일 전 불어닥친 9호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닥쳐와 피해가 더 컸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태풍이 또 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당국은 올해의 경우 북서태평양의 평균 수온이 예상보다 높아 태풍 발생의 최적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최근 들어 9월부터 10월까지의 태풍 발생이 잦아지는 추세다. 이른바 가을 태풍이다.

올해도 지금부터가 걱정스러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올해 여러 차례의 태풍 내습에도 불구하고 태화강국가정원의 범람이나 태화시장 등 상습 침수지역의 피해는 크게 줄었다. 이는 울산시와 각 구·군의 선제 대응, 높아진 시민 안전의식과 협조 덕분이라는 게 울산시의 분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기상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여름철보다 가을에 들어서는 시기의 기상 상황이 더욱 불규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과거 자료만 봐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을 태풍'의 피해가 컸다. 지난 2002년 8월 30일 발생한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1,479억 원의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재산 피해로는 역대 태풍 중 1위다. 지난 2003년 9월 중순 발생한 태풍 매미 역시 인명 피해 131명, 재산 피해 4조2,22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도 가을철에 울산지역은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게다가 올해 여름부터 어제까지 울산은 3개의 태풍이 직간접 영향을 주고 지나갔다. 무엇보다 울산의 경우 가을 태풍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많다. 최근 한반도의 기후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가을 태풍이 잦은 것도 이상 신호다. 

기온이 해마다 올라가는 추세인 것도 문제다. 지난해 여름의 경우 사상 최고의 폭염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울산지역의 여름 기후는 이상기후의 전형이었다. 20년 만의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가 하면 연일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열대야 일수도 크게 늘어났다. 기후 변화는 해마다 체감지수가 민감할 정도로 우리 일상의 문제가 됐다. 이는 해마다 기온이 오르고 있고, 그에 따른 국지성 호우, 폭설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울산지역의 경우 기후 변화에 따른 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각종 재난·재해나 물관리 문제 등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태풍이 오면 가슴을 졸이면서 비켜 가기를 기다리는 수준의 대책은 이제 버려야 한다. 울산지역의 경우 산업화 이후 무분별한 난개발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울산시의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급경사지만 260곳이 넘는다. 재난과 관련한 대응시스템이나 경고방송, 주민대피 등은 미리미리 점검해야 한다. 재해나 재난사고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 태풍에도 많은 시민들은 태화강 범람을 우려했다. 실제로 어제의 경우에는 홍수주의보까지 내려졌지만 다행히 범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산발적인 강우와 만조시간 차이 등에 의한 천우신조였다. 

문제는 이같은 불안한 재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갈수록 잦은 가을 태풍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태풍부터 잘 대비하고 가을 태풍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비책을 만들 시점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태화강이다. 태화강은 이제 단순한 하천을 넘어 대한민국 국가정원 2호의 타이틀을 가진 강이다. 올해 태풍 때도 모든 시민들이 태화강의 범람을 걱정했다. 불가항력의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당장 올겨울부터 착실하게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한번 무너지면 회복까지 엄청난 자산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한 철저한 대비책을 만들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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