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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트럭에 낡아서 먼지가 뽀얗게 앉은 곰 인형, 앨리스와 흰 토끼 그림이 그려진 빛바랜 공책, 때 묻은 볼펜, 한 눈에도 가짜 같아 보이는 장미꽃 다발, 심지어 양말에 스타킹까지…….
정말 없는 것이 없는 보물창고 같은 트럭이 있었지요. 그곳에서 주인공인 나는 탐나는 물건 하나를 발견해요.
바로 알록달록 블록으로 조립한 것 같은 작은 플라스틱 카메라였지요. 운 좋게도 트럭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내 주머니에는 겨우 오 백 원만 있었거든요. 열린 조수석 창문으로 오 백 원을 던져넣고 카메라를 티셔츠 아래로 집어넣고 달렸어요.
아무리 장난감이라도 오 백 원보다는 비쌀 텐데, 하지만 카메라는 손에 착 달라붙어 도무지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연습 삼아 집고양이 골룸을 찰칵하고 찍었어요. 그런데 소파 위에서 골룸이 두 마리가 되어서 앞발을 핥고 있는 거예요.
그때 일을 마치고 엄마가 돌아왔어요. 엄마는 돌아오자마자 잔소리만 늘어놓지요. 엄마에게 신기한 카메라 이야기를 했지만, 엄마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꽥 소리만 질렀어요.
이번에는 아빠가 돌아왔어요. 아빠에게 달려가 신기한 카메라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나 아빠도 자꾸 딴소리만 했어요.

나는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눈을 대고 아빠의 얼굴을 찍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멍한 얼굴의 아빠가 둘이 된 거예요. 아빠 1과 아빠 2 누가 진짜 아빠일까요?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아빠랑 싸우기 시작했어요. 내 말은 들을 생각조차 없었지요. 나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게 화가 나서 고양이 골룸을 향해 카메라 버튼을 눌렀어요. 번쩍하는 불빛에 놀란 골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스물네 마리에서 마흔여덟 마리의 골룸은 거실이 떠나갈 듯이 냐앙냐앙 울어 댔어요.

그제야 엄마 아빠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그러다 신기한 카메라를 확실히 보여주려고 엄마 앞에서 골룸을 한 번 더 찍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갑자기 내 앞을 막는 바람에 이제는 엄마가 둘이 되고 말았어요. 집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요.

요즘 엄마 아빠들은 매우 바쁘지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답니다. 만약 아빠가 둘이고 엄마도 둘이면 일하는 엄마랑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놀아줄 엄마나 아빠를 따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최미정 아동문학가
최미정 아동문학가

이 책은 너무 바빠서 나에게 무관심한 어른들을 꼬집어 이야기로 만든 재미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나에 대해서 사소한 것부터 여러 가지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있지요.
집 안을 가득 채운 고양이들이랑 둘이 되어 버린 아빠랑 엄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부모님이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을 관찰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가족 간의 사랑은 서로 주고받을 때 행복이 배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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