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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울산지역 산업계의 두꺼운 방역망을 뚫고 확산 기류를 보이자 지역 기업체들이 '셧다운 공포'에 휩싸였다. 한 곳당 많게는 수만명이 종사하는 울산의 사업장들은 대규모 감염 우려가 높은데다, 공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당장의 조업 손실과 막대한 재가동 비용을 각오해야하는 탓이다 . 

# 한영석 사장, 매뉴얼 준수·확진자 등 위로 당부
8일 울산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115번부터 시작해 123번까지 총 4명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확산 차단에 전사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는 협력사들을 포함해 모두 2만7,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고, 수백명의 접촉자가 발생한 상태다. 이 때문에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전파가 현실화될 경우 조업 공백에 따른 선박 인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열이나 통증 등 증상이 있는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하지 말고 곧바로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코로나19 예방 조치에 돌입했다. 

또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담화문을 내고 매뉴얼을 준수해 줄 것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한 사장은 담화문을 이날 담화문을 통해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기침, 발열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출근하지 말고 회사 종합상황실 또는 보건소에 연락해 매뉴얼에 따라 달라"며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마스크 안 쓰면 경질' 롯데BP 현장분위기 삼엄
지난 7일 117번 확진자가 발생한 롯데BP 울산공장도 현대중공업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불거지자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 

롯데BP는 117번 확진자의 간접접촉자들에 대한 진단검사를 완료하고, 확진자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1명의 밀접접촉자의 경우 1차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14일간 격리조치한 상태다. 롯데BP 울산공장에는 2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BP 울산공장 관계자는 "다행히 확진자로 부터 추가 감염된 직원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타사업장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심리적 공포가 커진 상태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경질'을 각오해야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방역 체계가 삼엄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선제 대응으로 확산 막은 에쓰오일도 다시 긴장
지난달 확진자 발생 사태를 겪은 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던 에쓰오일도 다시 비상이 걸렸다. 에쓰오일에서는 지난달 26일 80번 확진자가 나왔지만, 회사 측이 선제대응해 확산을 막은바 있다. 

당시 80번 환자의 부인인 79번 환자와 접촉을 했던 장모인 75번 환자가 가장 먼저 확진을 받자 이를 인지한 회사측은 해당 직원을 자택 격리시켰다. 다행히 격리 기간 중 직원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자녀에 이르기까지 일가족이 모두 확진을 받는 상황에서도 직원들간 추가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75번 환자는 자신이 주거하는 아파트 관리 소장(70번)과 접촉한 뒤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고, 에쓰오일은 사내는 물론 거주지까지도 관리하는 방역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자녀가 확진 학생과 같은 학원을 다닌 적이 있거나, 확진자와 같은 아파트 통로만 사용한 전력이 있어도 무조건 재택근무를 시키기로 하는 등 방역 수위를 대폭 높인 것.  

사업장 폐쇄가 불가능한 '장치 산업'의 경우 감염병이 내부에 확산하게 되면 타 산업군에 비해 피해 규모가 막대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에는 2,100여 명이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시설은 설비를 끄고 다시 재가동하는 데 일주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되면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무조건 걸리지 않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 현대차·LS니꼬동제련, 통제강화 사태 예의주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다른 사업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근로자수가 가장 많은 현대차 울산공장은 현대중공업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방역망의 통제력을 키우고 있다. 

대면 보고를 없애고 모든 근무를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외부인의 공장 출입 여부 결정권자를 팀장급에서 사업부장급으로 높여 승인 절차를 강화했다. 공장내에 '코로나19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발열자 등 의심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국내출장까지 전면 중단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울산공장 소속 근로자만 3만1,000여명에 달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최악의 경우 생산이 중단될 수 있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는 직원들의 타지 이동을 금지시킨 이후 사업장 내 같은 건물에서도 부서간 이동을 자제시켰다.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 관계자는 "타사의 집단감염이 혹여 전체 사업장으로 이어지는 연쇄 감염의 시발점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제련소는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공정을 멈춰 세울 수 없어 불안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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