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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햇살도 저리 붉게 왔을까/차라리 눈부셔라 어머니 단속곳에/탯줄을 끊어낸 아침 핏빛 속에 나를 안고/명줄을 잡아당겨 활을 긋는 순간이다/토할 것 다 토하고 삼킬 것 죄다 삼켜/바다도 산천도 들끓어 출렁이는 첫 울음"(한분옥 시 '간절곶' 전문)

한분옥 시조시인이 제5회 조운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새 시조집 '꽃 다 진다 잎 진다'를 펴냈다.

시조집에는 1부 '빗살무늬의 기억', 2부 '침향', 3부 '잊는다고는 말자', 4·5부 '울산을 노래하다 1, 2', 6부 '입덧의 시간은 가고' 등 70편의 작품을 실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 '간절곶' '주전마다 몽돌' '언양장' 등 울산의 이모저모를 녹여낸 시조들이 눈여겨 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시인의 조운문학상 수상작인 '염병' '소쩍새 우는 새벽' '머슴새 운다' '떨이 인생'을 감상할 수 있다.

'염병'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속어의 은유로 촉발된 해학(웃음)이 '눈 한번 찔끈 감은 사이'의 중의에 이르러 그 심층적 의미인 여성의 생명력과 성의 속성을 절묘하게 교합한 흥취를 접하게 되는 의미 있는 해학적인 시조"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책에는 이승하 시인(중앙대학교 교수)의 '고졸한 연가에서 털털한 사설까지의'를 주제로 한 해설도 수록했다.

이 시인은 "한분옥의 시조는 대체로 고졸한 맛이 있다. 어휘 구사나 시풍에서 세상살이의 연륜이 묻어난다"며 "그러면서도 달관으로 끝나지 않아서 체험에서 얻은 진정성, 소시민의 생활 현장을 놓치지 않는 현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분옥 시조시인은 부산교육대학교와 동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고 울산대학교 행정학(예술행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예술계' 문화예술비평상, 2004년 '시조문학',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한국문인협회 작가상, 한국수필문학상, 울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조집 '꽃의 약속', '바람의 내력', 산문집 '모란이 지던 날' 등이 있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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