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등학교에는 꽃과 식물을 기르며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생명에 물을 주고 키우는 것은 분명 아이를 키우는 것과 동일하다. 
 
얼마전부터 우리집에 보이기 시작한 꽃화분에 관심을 가지기는 우리 집 애들뿐만 아니라 애들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아침, 애들에게 물 줬냐는 말에 “아니, 물 먹고 싶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먹잖아"라고 했더니 “아니, 저 꽃들 말이야…키우고 있으니 우리 애들이지…"라는 말에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꽃과 식물은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추운 겨울동안 움츠려 있다가 새싹이 나고 꽃이 피면 어디서 이렇게 예쁜 것이 왔을까 의아해하며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 학교도 꽃과 식물이 있고 연못이 있으며 연못 안에 잉어 등 물고기가 있고 텃밭도 있다. 
 
개교 7년차된 학교라 나무가 무성하지는 않지만 젓가락 같은 나무들이 학교주변을 에워싸고 있으며 개교 초창기 심은 무궁화는 이 학교의 자랑이 됐다. 
 
아이들은 이 수목과 각종 식물 등을 키우며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탐색한다. 그리고 열매를 얻어내어 아이들이 수확한 열매를 상장을 수여받듯 집으로 당당하게 가져가 부모에게 자랑을 한다. 이 일련의 교육과정은 참 의미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경험하는 이 경험은 엄밀히 얘기하면 겉핥기 수준이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경험이 겉핥기 수준이라 아이들이 농사짓듯 노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하게끔 제반환경을 만들어준 학교의 손길을 기억했으면 해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텃밭에 열매가 풍성하게 되기까지 학교 선생님들과 주무관들의 수고가 있었다. 삽을 들고 땅을 뒤집고 다지며 씨와 함께 거름을 넣었던 첫 수고후, 때때마다 물을 주고 식물을 세우며 식물 사이사이 잡초를 제거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들이 있었다.
 
올해 1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우리 학교 시설주무관이 학교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고 고백해왔다. 그 고백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그간의 노력들이 스쳐지나가면서 감동을 받았다. 
 
처음 시설주무관이 우리 학교에 왔을 때 학교 경험이 전혀 없었던 터라 초등학교가 겉보기에 평안한 것보다 방만하게 일이 많음과 직원들이 일이 많음에도 불만이 없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는 시간이 가면서 학교 일에 적응해갔고 자신이 하는 일로 학교가 제자리를 찾는 것을 알아갔으며 학교에 소속된 각 사람들의 역할들도 이해해갔다.   
 
시설주무관은 시설관리부분에 능력이 뛰어나 요청을 하면 바로바로 해결해 줬는데 학교에 마음을 쏟으면서 업체에 맡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손수 찾으며 일을 했다. 용접도 손수 해서 금속을 연결시키고 환풍기도 직접 달았으며 데크의 페인트 작업도 하고 화단의 식물팻말도 손수 만들었다. 
 
학교의 시설물은 원래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런 손길이 있다. 
 
여름에는 풀과 씨름을 하며 예초작업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풀은 돌아서면 허망하게 또 자라 있었다. 
 
우리 학교 운동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체육수업이나 놀이 등이 거의 없다보니 억센 풀로 무성하게 채워져갔고 이 풀을 제거하는데 몇날 며칠을 투자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마음을 쏟는 사람들의 손길로 학교는 아름답게 변화된다. 
 
우리 학교 당직주무관은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주말에 연못청소를 하고 유치원 어항도 청소하며 수리도구를 들고 다니며 학교 이곳 저곳을 살핀다. 
 
우리 학교 연못에 수련이 화려하고 부들이 한들한들한 것, 어항이 깨끗한 것은 우리 당직주무관의 정성어린 손길 때문이다. 
 
우리 학교 청소주무관은 이른 아침 출근하여 코로나19에 대비하여 소독을 하며 비가 오는 날은 아이들이 빗물에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바닥에 안전조치를 한다.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고 표시나지 않지만 나는 아름답게 변하는 이 과정을 알고 있는 일인으로서 우렁각시와 같은 그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평범한 일상이 감사한 이 코로나19 시기에 눈에 띄지 않는 일들을 감당하며 우리 옆을 지키는 사람들의 그 손길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