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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로', '박상진로' 울산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낯선듯 익숙한 도로명이 눈에 띤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울산을 처음 찾은 사람이나 울산에 살면서도 울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도로명은 낯설기만 하다.

실제로 옥동에 거주하는 이진호(46) 씨는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망신을 당했다. 경주로 가는 길에 '이예로'를 달리다 딸아이가 "이예로가 뭐예요"라고 묻는 바람에 얼굴을 붉혔다. 대충 얼버무리고 검색을 통해 이예 선생이 울산 출신 조선 외교관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당시의 당황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낯선 도로명 주소에 당황하는 시민들은 이 씨만이 아니다. 도로명 표기 시행으로 울산지역의 수많은 도로에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지만, 정작 어떤 뜻에서 이러한 이름을 붙였는지 등의 설명이 부족해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도로명 주소 표기가 시행된 이후, 현재 울산에 명칭이 부여된 도로는 3,722개소다. 도로명은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지명, 역사적 인물의 이름, 공헌자, 유적 및 문화재의 이름, 상징성 있는 공공시설물의 이름 등을 반영한다. 도로명 부여는 구·군이나 시에서 도로명주소 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이렇게 지어진 도로명 가운데 일부는 배경지식 없이는 쉽게 그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들여 만든 도로명의 의미 혹은 유래 등을 알리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작 그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에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반영한 도로명인 이예로와 박상진로가 있지만 해당 도로 어디에도 위인의 업적을 알리는 표지 등은 찾을 수 없다.

박상진은 일제강점기때 활동했던 울산 출신의 독립운동가이며, 이예는 조선 초기 불안정하던 일본과의 관계를 안정시킨 울산 출신의 통신사다.

지역명을 그대로 도로명으로 설정할 때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이름이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울산 시민들조차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삼건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는 "시 지명위원회에서 도로명을 결정하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지 않을 뿐더러 이름이 명명되는 과정 또한 설명이 부족하다. 뜻 있는 도로명을 제정하면 해당 도로의 시작점이나 끝 지점에 안내표지를 설치해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시민이 공유하는 이름인 만큼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로명에는 좀 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울산의 정체성을 담아야 하며, 시민들이 쉽게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웹툰북을 활용해 도로명의 유래와 의미 등을 시민들에게 안착시키기 위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도로명판 자체에 설명을 덧붙이는 일은 힘들다. 도로명과 연계해 해당 도로를 관리하는 과와 관광과 등이 연계해서 처리해야 하는 문제라 부족한 것 같다"면서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로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을 담은 웹툰북을 제작해 학교, 도서관 에 배부해 홍보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가람기자 kanye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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