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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지금으로부터 1,200여년 전인 8세기 무렵, 세계 4대 무역항이었다. 그 오래된 역사가 이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바로 북방경제 물류항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울산항의 이야기다. 

지난주 울산 울주군 청량면에서 남구 황성동을 연결하는 '울산신항 인입철도'가 사업 추진 6여년 만에 개통식을 가졌다. 울산신항은 이번 인입철도를 발판 삼아 환동해 물류 거점항만으로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인입철도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양회, 석탄 등 자원과 컨테이너를 포함한 항만 물동량을 주요 간선철도로 수송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철도다. 

울산신항 인입철도는 지난 2014년 7월 착공한 이후 6년 2개월간 추진됐으며 총사업비는 2,234억원이 투입됐다. 인입철도는 총연장 9.34㎞로 토공(흙을 쌓거나 파낸 구간) 5.9㎞, 교량 2.8㎞(3개소), 터널 0.6㎞(2개소), 건널목처소 1개소, 정거장 2개소(용암ㆍ울산신항 정거장) 구성됐다. 용암신항 정거장에서는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일반화물을 취급하고, 울산신항 정거장에서는 울산신항 배후단지에서 발생하는 일반화물 및 컨테이너를 취급하게 된다. 

울산신항 인입철도가 개통되면서 전국 단위의 국가철도망과 연계됨에 따라 항만의 물류수송이 기존 도로중심의 개별단위 수송에서 정시성 및 안정성을 갖춘 대량수송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시는 이미 북방 경제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포럼에 참석차 포항을 찾은 러시아 방문단이 일부러 울산을 찾은 것도 그동안 울산시가 러시아에 들인 공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 측은 울산시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극동지역 비축기지로 울산을 활용하기 위한 '러시아-울산 Rusan 마켓' 개설 등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울산시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북방경제가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북방경제 선점을 위해 남북 간 '남북교류협력사업'과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북방경제협력' 등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의 경우 이미 관련 TF팀을 구성했고, 북방경제협력사업은 최근 관련 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실제로 지난달 초 '북방경제협력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 자료조사에 착수했다. 북방경제협력사업의 경우 이미 중앙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신북방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출범해 본격적으로 업무를 추진 중으로 시의 이번 북방경제협력특별위원회는 중앙과 보조를 맞춰 관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송철호 시장은 이미 지난해 러시아 방문을 통해 신북방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와 MOU를 맺고 울산의 신성장 동력을 견인할 주요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시와 MOU는 의미가 크다. 원유 및 러시아 천연가스를 활용한 동북아 에너지 협력 관계를 설정하고, 조선협력사업을 추진하는데 블라디보스토크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북극항로를 이용한 환동해 물류 활성화와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조성 및 확산 문제도 북방 경제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은 사업이다.

울산과 러시아를 의미하는 'RU-SAN 마켓'은 꿈이 아니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극동지역 비축기지로 울산을 활용, 국제기준가격을 설정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울산은 현재 4,000만 배럴의 상업용 액체화물 저장과 LNG 비축시설을 갖춘 세계 4대 오일 허브를 조성 중이다. 세계 최고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와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로 지역 내 에너지 안정 수급과 물류 활성화를 기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한 환동해 물류 활성화 협약도 물류비용 절감 등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신국제물류 루트로 부상하고 있는 북극항로가 개척된다면 환동해권역 항만도시 간 물류 활성화 및 경제 협력 가속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울산은 쇄빙선·LNG선 건조 능력을 갖춘 조선해양산업과 복합화물처리 항만을 보유하고 있고 로테르담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해 유조선을 운항한 경험이 3차례 있다.

우리 정부도 북방관련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해선 등에 대한 철도문제를 위해 러시아 등과 협의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의 연결은 단순한 교통수단의 연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동해북부선은 부산∼울산∼삼척∼강릉∼고성∼원산을 잇는 동해선 철도의 일부분이다. 총 167.4㎞로 삼척∼동해∼강릉은 철로가 놓여있고, 강릉∼양양∼속초∼고성 구간은 단절된 상태다.

강릉∼고성 제진 구간만 연결되면 울산에서 동해안을 종단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되는 철도망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울산신항의 철도 노선 구축은 단순한 노선증설이 아니라 울산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다. 울산으로서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모든 역량을 발휘해 북방시대에 대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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