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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양대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서 집중교섭 끝에 무분규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내 코로나 시대 '노사 협치'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반면, 현대중 노사는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을 이어가며 지난해 임금협상을 1년 넘게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올해 협상은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 노조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수시로 파업을 벌여 지역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1일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 잠정합의안을 두고 오는 25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22일 대의원 및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합의 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조합원 찬반투표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현대차는 당초 목표로 삼았던 추석 전 타결 성공은 물론, 2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우게 된다. 노사의 이번 잠정합의는 40일 만에 도출된 것으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8일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합의다.

코로나19 여파로 석달가량 상견례가 늦어진 상황에서도 노사가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집중교섭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노조가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임금동결을 수용한 대신, 사측이 노조의 요구들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양측이 양보를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한 점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협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차와 함께 울산지역 양대사업장 위치에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협상 과정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현대중 노사는 조선산업 불황과 구조조정을 비롯해 회사 물적분할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풀지 못하며 지난해 임금협상조차 1년 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탓에 올해 임금협상은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회사는 임금과 성과급 중심으로 합의하고 현안은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현안 문제도 함께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양보 없이 수개월째 교섭내용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보니 현대차가 추석 전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질 때도 현대중 임금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심지어 올해가 4개월도 남지 않은 탓에 지난해 임금협상 타결은커녕 올해 임금협상마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우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 노조는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수시로 파업하면서 지역사회의 눈총을 사고 있다. 노조는 23일 오후 1시부터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22일에는 지단쟁대위원 및 전문위원 7시간 파업을 벌였고, 전 조합원 파업 이후 24일과 25일에도 지단쟁대위원 및 전문위원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올해 들어 여섯 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파업 집회가 강행된 탓에 적지 않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추세에다가 현대중공업 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기도 한 상황이어서 노조의 파업 소식을 접하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중공업 근로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해 민감한 상황임에 따라 회사는 추석 연휴기간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공문까지 내렸는데 노조는 파업에 나선다니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교섭 과정에서 현대차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대중 노사 이미지 모두 실추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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