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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동

                                                                    손인식

은은한 강물 위로 걸어보셨나요?
햇빛 스르르 미끄러지듯 기대오는 춤사위

사뿐 나비처럼 내려앉은 정갈한
저 달빛 속

큰 불사 동원된 잡부들의 신음
닿는 곳마다 어루만지시는
약손이여

스스로 방바위에 올랐을까
평생 업보 갚느라
손바닥 다 닿도록 갈고 또 갈고

극락왕생 소원하는 저 악착같은
금천의 물소리 따라

오르리라 춤추며 오르리라
살포시 아픈 사람 껴안고 내려앉은

마애불이여.

△손인식: 경남 삼량진 출생. 1990년 '충무 문학'으로 등단. 2005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갈대꽃'.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마을 서편의 산세가 완만하고 길게 늘어진 모양을 형용한 데서 온 이름 어물(於勿), 그래서 정겨운 동네이기도하다. 서북쪽의 경계로 무룡산이 보이고 방방천과 금천이 흐르는 어물동은 멀지않은 곳에 당사바다와 주전바다를 두기도 한 곳. 방바위의 거대한 자연 암벽 면에 돋음 새김으로 통일 신라 시대의 작품인 마애불이 있어 많은 발걸음을 부르기도 한다. 가을 햇살이 내리기 시작하는 이즈음 또 한 번의 발길을 향하게 하는, '은은한 강물 위를 걸어보셨나요?'의 물음에 답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이 너무나 고요해 도저히 근접할 수 없을 거라고, 그리고 지금 우리는 비대면 앓이를 한다고.

돌림병이 끝날 줄 모르고 잠잠하다 또 급격히 전파되고 그악스런 말들이 하루가 다르게 창궐한다. 그칠 기미가 없어 불안보다 지친 날들이 우리의 영혼까지 야위게 한다. '신음  닿는 곳마다 어루만지시는 약손'이 너무나 필요한 때, 어물동 마애불 약사여래(藥師如來) 약합을 열어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길 '손바닥 다 닿도록 갈고 또 갈고'하는 시인과 같은 마음을 옮겨 세상에 풀면 '사회적 거리 두기' 끝이 빨라질까?

늘 소망은 보이지 않은 듯 우리에게 다가서길 마련이다. 모두의 기도가 모아져 지난해 가을처럼 햇볕 창창한 오후, 붉은 사과 먹으며 마스크 없는 환한 하루 보내게 되길 기원한다. 그리고 더 많이 '살포시 아픈 사람 껴안고' 기다려주는 마애불이 도처에 가득하여 모두 안녕하길.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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