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은 사계절 중에서 미식가들이 가장 바쁜 시기다. 많은 농수산물이 풍성하게 수확되는 시기이기에 온갖 산해진미(山海珍味)의 최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계절임이 틀림없다. 중추절(仲秋節)인 추석이 가을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햇과일과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서 조상들에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가족친지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생각만 해도 절로 즐거워진다. 

가을 제철 음식 중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전어(錢魚)다. 전어의 맛을 표현하는 속담도 많은데, 가을 전어를 최고로 치기 때문에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또한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은 맛과 향이 좋은 전어의 특색을 살린 재미있는 속담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전어를 한자로 전어(箭魚)라고 쓰고 그 속명도 같다 하였으며, 또 "큰 것은 1척 가량이고 몸이 높고 좁다. 빛깔은 청흑색이다. 기름이 많고 맛이 좋고 짙다. 흑산도에 간혹 있는데 육지에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전어는 몸길이는 15~31㎝이고, 동아시아 연안에 분포한다. 볼록한 배와 길게 가로로 갈라져 나오는 등지느러미가 특징적이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지역, 특히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氣水域, brackish water zone) 부근에 많이 사는 물고기다. 수명(壽命)은 약 3년이고, 그 해 태어난 전어 새끼는 1년 만에 성체(成體)로 자란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고 있으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낮은 염도의 해역을 선호한다. 갯벌이 발달한 지역의 유기물과 플랑크톤, 작은 요각류를 주 먹이로 삼는다.

가을전어가 특히 맛있는 이유는 풍부한 지방(脂肪)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철인 9~11월에는 다른 물고기의 3배에 달하는 지방량을 자랑한다고 한다. 전어는 고등어, 참치와 같은 붉은살생선이다. 붉은살생선은 흰살생선보다 적색 단백질 색소인 미오글로빈(myoglobin)의 함량이 많아서 근육이 산소에 노출될 시 붉게 보인다.

전어는 원래 지역색이 강한 식품이었다. 전어와 같이 상하기 쉬운 생선류는 운송기술이 발달하고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기 전에는 주로 항구나 해안지방에서 소비될 수밖에 없었다. 내륙으로 수송 가능한 양은 제한적이었기에 맛있는 생선이라도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헐값에 팔거나 심하면 그냥 내다버리는 일도 꽤 많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00년대에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食客) 등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2006년도에 양식에 성공하고, 지구온난화 효과의 영향으로 평균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어획량이 크게 늘어났다. 전어 공급이 늘어나고 운송보관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됐다. 

깻잎과 양념 된장을 같이 먹으면 어울리는데, 여기에 살균작용을 하는 마늘과 고추냉이를 곁들이면 맛 궁합이 매우 좋다. 전어는 뼈째 썰어서 먹기 좋은데, 전어의 뼈는 인체 내 흡수율이 높은 '인산칼슘'으로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지금은 가격이 예전에 비해 꽤 올라서 서민들이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생선은 아닐 수 있지만, 해마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전어의 구수한 냄새를 맡으면 절로 군침이 도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전어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