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토사 대웅전 앞에서 활짝웃는 덕진스님.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정토사 대웅전 앞에서 활짝웃는 덕진스님.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울산공원묘지 입구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 '정토사(淨土寺).
1988년 11월 20일 창건 봉불식을 거행해 산문을 연지 올해로 32년이다. 공원 가는 길목에 세상 번뇌의 굴레로부터 벗어난 정토(淨土)의 세계가 있음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런 일처럼 보이지만 이런 자연스러움도 그 누군가의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창건당시부터 주지로 있는 덕진스님 그리고 1986년 울산공원묘원 창립자 고 최한형 거사의 뜻과 의지가 가져온 결실이다. 남구 옥동 삼호산 자락에 지금의 울산공원묘원을 창업한 최한형 거사는 "묘원 근처에 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부지 1,000평을 스님에게 기부했다. 하지만 녹지로 보존해야 한다는 울산시 녹지정책에 막혀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스님은 당시 "공원묘원에 잠든 울산시민의 조상님을 위해서라도 근처에 이분들의 명복을 빌 수 있는 절이 있어야 한다. 또 일반주택이나 상가 공장 등은 건축이 안 된다 해도 예로부터 절은 산에 있지 않느냐. 또 시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기도와 신행의 공간이 시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부탁했다. 정토사 산문은 이렇게 열렸다.

# 경남 하동 출신…올해로 32년째 울산시민 평안 기원
주지 덕진스님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통도사 극락선원을 거쳐 부산 금화사 주지를 역임한 이후 1988년 정토사 주지로 부임, 지금에 이른다.

 젊어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늘 병을 앓아야 했던 스님은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위무력증으로 고생하다 결국 체중미달로 군 면제를 받는다.

 덕진스님의 출가는 이 같은 좋지 않은 건강을 다스리기 위해 절에서의 휴양 생활을 시작한 것이 동기가 됐다.

 가을색이 짙어지기 시작한 최근 스님을 만났다.
 정토사의 처음처럼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렇게 한결 같을 수 있을까.
 세월의 깊이가 얼굴 주름으로 패인 것 말고는 변함이 없다.

 덕진스님의 정토사는 저승에서 안락만을 추구하는 도량이 아닌 현세에서 부처님 법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며 행복하게 사는 지혜를 얻는 도량을 지향한다.

 스님은 지난 2018년 창건30주년을 맞아 정토사의 인연과 역사를 담은 '정토사30년사'를 펴내면서 정토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과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정토사는 기도 성취도량이다. 하루 정해진 세 번의 예불은 연중 한 번도 빠짐없이 올린다.

 정토사는 교육도량이다. 창건 초기부터 각 법회에 전국의 고명한 큰스님과 학자들을 초청해 정토사 불자와 울산 시민에게 부처님의 진리말씀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

 정토사는 한글의식(儀式) 실천도량이다. 이는 덕진 스님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정토사에서 사용하는 '우리말 의식집'은 대부분 한글로 되어 있고, 정토사 모든 도량의 전각 주련 역시 한글이다. 스님은 어려운 한자 경전이나 재의식 의궤가 일반인은 알아듣기 힘들어 공감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창건 초부터 한글화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왔다.

 정토사는 자비실천 도량이다. 이 또한 덕진 스님의 철학이 깊이 담겼다. 정토사는 창건 초기부터 경로효친 사항을 중점으로 실천해 나가는 도량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매년 경로잔치를 벌이거나 복지지설을 방문, 팥죽 만발공양 등을 통해 자비실천을 실현해왔다.

# 불교인재 양성·다양한 봉사활동 지속 나눔 실천
정토사는 일반 신도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그런 때문에 정토사에는 산하단체와 부속 시설이 무척 많다.

 정법탐구를 위한 불교인재 양성을 목표로 1997년 3월 13일 정토불교대학이 문을 열고 현재까지 40기가 넘는 주야간반이 운영 중이고, 불교대학 졸업자가 늘면서 2000년부터는 불교대학원도 개설했다.

 청소년들의 교화와 인성함양을 위해 '동련 울산'도 운영 중이다. 덕진 스님은 30여년간 어린이 포교를 하고 그 지도자 교육과 교재개발, 법회 운영 등을 대한불교어린이 지도자연합회를 통해 수행해왔다. '동련'은 그 후신이다.

 덕진 스님은 "자라나는 이 땅의 청소년 인성교육을 외면하면 우리의 앞날은 더욱 거칠기만 할 것이며, 청소년들에게 불심을 심지 못하면 불조의 법등은 더 이상 전수되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에 있다"며 청소년에 대한 지도와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토사는 또 2016년부터 '행복한평생교육원'을 설립 운영 중이다. 울산시교육청 인가를 받은 행복한평생교육원은 인성교육이나 기능교육을 맡고 있다.

 정토사는 창건 이후 지역 시민들에게 신행의 공간과 전통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공간은 모든 신도들이 함께 했다. 병원, 무료급식소, 사회복지관, 노인요양원, 장애인재활시설, 군부대 등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부터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는 최근 사찰 산하단체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사회활동을 전개 중인 '사단법인 참 좋은 세상'의 모태다. 스님이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여러 활동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단체이기도 하다. 덕진스님은 '사단법인 참 좋은 세상'에서 대표이사를, BBS울산불교방송 사장과 울산시체육회장으로 있는 이진용 씨가 회장을 각각 맡아 단체를 이끌고 있다.
 '참 좋은 세상'은 설립 취지문에서 법인 설립의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단순한 자비와 선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다른 곳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를 발굴, 포상함으로써 시민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인식제고와 사회복지에 대한 의식을 함양하고자 한다"

 법인으로 전환된 '사단법인 참 좋은 세상'은 매년 무료급식소 운영, 매월 봉사활동, 매년 2회에 걸친 장학금 지급, 매년 2회 어려운 군인 돕기 등의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의 심신이 지쳐가는 요즘에도 '참 좋은 세상'은 무료급식소 운영에 1,100만원을 지원했는가하면, 무료급식소를 찾는 130여명의 취약계층 및 저소득 어르신들의 점심 제공을 위해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매일 같이 전개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재난전문봉사활동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이·미용 재능봉사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 2016년 노인의 날 기념 국무총리 표창 수상도
주지 덕신스님은 이 같은 지역사회봉사 활동에 남다른 애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스님은 책자 '정토사30년사'에서 부산국군통합병원 법당 묘광사 법사로 있었을 때의 기억을 이렇게 적고 있다.

 "태어나서 자라면서 부모님 은혜로 성장하고 공부하고, 지금까지는 가족과 사회가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주었다.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인연된 모든 사람에게 신세진 빚이 너무 많아 죽어 다른 생명으로 태어난다 해도 너무나 많은 것을 갚아야 하니 죽기 전에 한 가지라도 갚고 가자. 나도 타인을 위해 자비 봉사를 해보자"

 이날 이후 덕진 스님은 지역사회에 참 봉사활동을 쉼 없이 실천해오고 있다.
 스님은 그동안의 공로로 지난 2016년 9월 노인의 날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덕진 스님은 이 모든 공을 신도들에게 돌린다.

 "정토사의 모든 역사는 이곳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배우며 실천해온 사부대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정토사는 지난 30여년이 그러했던 것처럼 항상 한 발 더 앞장서서 미래의 포교와 전법을 위해 매진하는 도량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덕진 스님은 1992년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뒤 그동안 수필집 '님한테 할말  있소' '두 번 째 화살을 맞지 말라', 체험설법집 '희망가꾸기' '찾기 전에 누리는 행복', 시집으로 '연꽃처럼 햇살처럼' '맑은 마음 고운 세상' '바다처럼'과 그림동화 '자비롭고 위대한 스승 부처님과 만나요'를 비롯해 '불교천자문 자전편 및 쓰기편' '어린이 법요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집필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우수기자 jeusda@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