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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시는 김현숙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을 냈습니다. 제목만 봐도 따스함에 폭 젖는 동시집입니다. 어, 나무가 품은 둥지가 운동장을 활보하는 축구공이네요. 소나무에 무임승차한 축구공. 한쪽이 찌그러진 못난이 가죽공에 콩닥콩닥 아기 새들 심장소릴 담은 오목눈이 부부를 도와 빵빵하게 축구공을 살려낸 시인은 어떤 분일까요? 동시집을 열기 전에 소개하고픈 동시가 있습니다.

모과      

하느님이/물었지//얼굴을 가질래?/향기를 가질래?//
난/향기를/가지기로 했어//자,/맡아 봐/내 향기!//
- 김현숙 동시집 '특별한 숙제'(섬아이·2014)에서

제가 만약 어린 모과였다면 "얼굴요!"이라고 일초의 망설임도 대답하였을 거예요. 그런데 모과는 향기를 택하지요. '모개'라는 대명사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예요. 가을이 깊어야 은은한 향기를 발하는 모과, '아기 새를 품었으니' 동시집에서는 어떤 열매와 향기들로 우리 마음을 흔들까요? 1부 처음을 장식하는 동시를 만나봅니다

버려진/고무신에/팬지꽃 피었다//
신발 신은 팬지꽃/행복하겠다//
걷고 싶겠다
 -'팬지꽃 신발'전문

전주 한옥 마을을 걷고 있을 때였다지요. 쓰레기장에 버려진 흰고무신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 팬지꽃을 심어 팬지꽃에게 신발을 선물했다네요. 그 마음이 이렇게 어여쁜 동시로 오셨다고, '시인의 말'로 알게 되었어요. 이어지는 이 동시의 포근함을 누가 또 따를까요. 고놈, 고양이 참! 다른 땅도 아니고 '햇볕 땅'을 가졌으니 세상에 더 부러울 게 없을 거예요.

햇볕이 살그미/유리창으로 들어와/거실에 땅 한 평 만들었다//
고양이가/살금살금 다가와/자기 땅이라고 놀더니/잠까지 잔다     
-'햇볕 땅'전문   

남은우 아동문학가
남은우 아동문학가

페이지마다 명작들이 걸어 나옵니다. '봉숭아 씨앗'(1부 12쪽), 그 뒷집 연못에 환하게 켜진 '꼬마전구'(1부 14쪽)는 동시집을 여행하는 나그네 마음에도 반짝반짝 꽃전구를 켜줍니다. '해가 풍덩'(2부 44쪽) 뛰어드는 저녁 바다를 한참 지나니 '참깨로'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발목을 잡습니다. 6년 동안의 창작 여정을 거쳐 온 동시들은 제각기 빛을 뿜어댑니다. 축구공 둥지는 오목눈이들 이소를 진즉 마치고 새 생명 품을 준비로 바쁘겠지요.
"이리 튀고/저리 튀더니/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오목눈이 둥지가 되었다// '아기 새를 품었으니'(부분)"
자연과 생명들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을 김현숙 시인을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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