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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가을은 여전히 독서에 유용한 여건을 가진 계절이다.  울산도서관은 독서의 계절을 맞아 오는 10일, 13일, 17일 3일간 울산도서관 유튜브를 통해 '책 읽는 울산, 올해의 책' 작가 릴레이 강연회를 개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이번 강연회는 작가 강연 및 실시간 댓글을 통한 작가와의 대화로 구성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올해 독서의 계절은 비대면이라는 특별한 기획이 눈에 띈다.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와 온라인 독서문화 행사가 대표적이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비대면을 기본으로 하는 것인데 굳이 도서관에서 비대면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도서관 문화가 대면 위주의 전시 참여 형태로 변질됐음을 의미한다.  

도서관 이야기가 나왔으니 서울시의 도서관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책 읽는 도시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서울시는 앞으로 권역별로 5개 시립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울산시민들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다. 서울에는 시립도서관이 하나뿐이다. 서울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시립도서관은 서울에 산재한 여러 가지 도서관의 심장역할을 하고 있다. 시립도서관이 하나뿐이라고 해서 놀랐겠지만 실제로 서울에는 1,000개가 넘는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건립될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은 서울시 도서관 네트워크의 분관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시의 계획은 야심 차다. 모든 시민들이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 이내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1,252억 원을 투입해 구립도서관 66개관을 추가 건립하고 공공 건립의 작은 도서관도 1,005개에서 1,200개까지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서울의 도서관 네트워크는 현재 1,178개관에서 1,444개관으로 늘어나 시민 누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정보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울산시민들은 부끄러워진다. 울산은 시립도서관을 갖지 못한 유일한 광역시였다가 3년 전에 뒤늦게 시립도서관을 개관했다. 울산의 도서관 맏형격인 중부도서관은 울산 최초의 도서관으로 1984년 개관했지만 지금은 찬밥신세가 됐다. 도서관 부지가 시립미술관 건립 부지에 편입되자 지난 2017년 중구 성남동 '임시도서관'으로 이전, 도서 열람 등 기본적인 기능만 갖추고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울산 중부도서관의 상황은 어떤가. 울산 대표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해 온 중부도서관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으로 35년 역사의 복산동 부지를 내주고 2년 전 성남동 도심으로 임시 이전했다. 울산시가 중구 북정동 중부도서관 부지에 건립하기로 한 시립미술관을 위해 이전한 것이다. 

임시 중부도서관은 종합자료실, 어린이실(영유아실), 디지털 자료실, 자유열람실 등을 갖췄지만, 기존 도서관 건물보다 규모가 크게 줄면서 조직과 인원 등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울산의 원조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상가에 더부살이 하고 있는 중부도서관의 현실이 비로 울산의 도서관 수준이다.

어디 이뿐인가. 시민들의 건강권과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건립을 강행한 울산시립도서관의 경우 개관 이후 이용객들이 급증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수요가 늘어가고 인기가 있어 보이지만 주변의 대기 공해 등 환경문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도서관이 위치한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여천지역의 대기 중에는 발암물질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 울산의 대기공해 수준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려할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흐린 날의 경우 공단지역 하늘은 온통 매연으로 가득한 것이 이 지역의 현실이다.

최근 석유화학·조선·비철 단지와 자동차단지 등 울산지역 대규모 산업단지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발암성 신종오염물질을 다량 뿜어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섬뜩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번에 밝혀진 오염물질은 환경부 리스트에 등록돼 있는 1군 발암물질들보다 독성이 강한 것이라고 하니 당황스럽다. 게다가 이 물질들은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니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슈퍼발암물질에 시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곳에 울산의 대표 도서관을 짓고 공해문제는 차차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하는 행정의 발상은 놀랍다. 과거에 잘못된 행정은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는 것이 맞다. 해마다 공해문제로 볼썽사나운 대책회의를 해야 할 시점이 올지 모른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은 솔직해져야 한다. 공해지역에 도서관을 지어야 했던 이유가 뭔지 울산 시민들은 궁금하다. 미술관 짓는다며 원조도서관을 상가 2층으로 밀어버린 행정의 이면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독서의 계절이 오면 유난히 울산의 도서관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지만 열거한 이 문제들은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울산의 독서환경을 이대로 내팽개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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