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부

                                       전영관

멀리서 보면
웃음과 울음이 비슷하게 보인다

타인은 관심 없고
제 것만 강요하는 우리끼리 잡담한다
겸손한척 거리를 두는 습관을
우아한 외면 또는 비겁이라며 조롱했다

우리들 하루란
칭병稱病하고 누운 사람을 문병 가는 일
잡아 당겨보면 내부가 자명해지는 서랍처럼
거짓말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

돌아서 안녕이라 손 흔들어도
우는지 웃는지 몰라서 편안한 거리를
그대들과 유지하고 있다     

△전영관 시인(1961~): 충남 청양 출생. 2011년 '작가세계' 등단. 2007년 하동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 수상. 2008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 '철새를 보내며'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슬픔도 태도가 돤다'. 산문집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슬퍼할 권리''이별과 이별하기'
 

박정옥 시인
박정옥 시인

'하하하 불효자는 '옵'니다'
'아들아~~~추석엔 오지 말거라'
'아버지~~~구정엔 내려갈게요'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
'벌초는 아부지가 한다 너희는 편히 쉬어라'
'지금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산소호흡기를 쓰게 된다'

트롯열풍에 이어서 올 추석에 또 코로나패러디 열풍을 몰고 왔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 하라는 말인데 모음 하나 바꿔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어 명절을 들었다 놨다 하며 전국에 현수막이 나부꼈다. 집 떠난 아이들이 안 오면 서운하고 오면 바빠서 피곤하다는 명절에 살다 살다 이런 추석이 다 오다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겪으면서 여성들의 명절 해방이 도래한 것인가.

시인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해석이지만 멀리서 보면 참으로 희극 같고 가깝게는 비극이 된다. 일 년에 고작 두세 번 볼 수 있는 기회, 자식들 손주들 얼굴 보는 낙으로 기다렸던 명절이 허망하게 스러졌다. 조상님의 차례를 지낸다지만 실상은 산 사람들의 축제였다. 사연이야 제 각각이지만 전 국토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장이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것들이 이제 와서 특별함으로 탈바꿈되다니.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시인의 삶은 무척 달라졌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스벅'을 '십억'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우는지 웃는지 몰라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기만 하다며 그래서 편안한 거리가 되어버렸다고 독백한다. 별일 없이 잘 지내냐, 지낸다. 는 평범한 안부가 그리워진다.
 박정옥 시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