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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한글날이다. 한글날이 오면 울산에서는 언제나 외솔 최현배 선생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외솔 선생이 태어나신 곳이 바로 울산이고, 선생이 한글 연구와 보급에 일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한글날을 맞아 9일부터 11일까지 중구 동헌, 문화의 거리, 젊음의 거리 등 원도심 일원과 외솔기념관 등지에서 '2020 외솔 한글한마당'을 개최한다.'함께 즐기는 한글누리'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574돌 한글날과 울산이 낳은 위대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서거 50주기를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과 한글사랑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마련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은 574돌을 한글날을 기념해 '2020 한글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우리의 한글, 세상의 큰 글'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극단 공명의 '세종대왕이 꿈꾸던 여민락', 극단 하땅세의 'ㅋ, 코, 콧구멍 벌렁벌렁, 붓바람', 사비나미술관의 '빅데이터가 사랑한 한글', 한글학회의 '전국 국어학 학술대회', 외솔회의 '제12회 집현전 학술대회' 등 다양한 공연, 전시, 학술대회, 체험행사가 개최된다.

울산에서 열리는 한글날 기념행사는 지역 단위 한글 축제로는 최대 규모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축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그래도 한글의 고장답게 한글 정신을 되새기는 각종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울산의 한글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다. 일제강점기 기간 동안 폭압적인 한글 말살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가꾸기에 모든 것을 걸었던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정신은 울산인들에게 자긍심으로 심어져 있다. 울산에서 외솔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과 각종 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울산의 정체성을 각인하고 후손들에게 울산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함이다. 

외솔 선생의 업적과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산업도시 울산을 한글문화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행사는 울산의 자긍심과 직결된다. 우리가 한글을 소홀히 하는 동안 국제사회에서 한글은 영향력이 큰 언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어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채택한 9번째 국제 공개어다. 사용인구도 7,739만 명으로 세계 13위에 이른다. 정부에 따르면 54개 나라 642개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나 강좌를 개설해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100년 전 안중근 의사가 "만일 우리 한국이 세계에 위력을 떨친다면 세계 사람들이 한국말을 통용할 것"이라고 한 말이 실감 난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 사회의 한글 사랑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글에는 세계의 어떤 문자도 따라올 수 없는 과학성과 창의성이 있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바뀌고 진화하는 것이 언어의 특성임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우리는 한글의 원형을 너무나 뒤틀고 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말 줄이기나 외래어와의 무분별한 혼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상생활에까지 이어져 아름다운 한글의 본 모습을 허물고 있다. 일시적인 사회현상으로 보기에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산이자 힘이다. 그 자산은 스스로 아끼고 발전시킬 때라야 더욱 힘을 갖는다.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글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때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인 울산에서 한글 사랑을 위한 행정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국어 발전 사업이다. 

울산시는 국어의 발전과 보존을 위한 '국어 발전 계획'(2016~2020년)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앞서 2014년 8월 '국어진흥 조례'를 제정해 올바른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한글과 국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국어 발전 계획은 공공언어 개선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력 향상, 우리말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기반 마련, 시민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위한 각종 활동 지원, 국어사랑 정신의 실천과 확산을 위한 교육과정 구축 등 4대 과제를 담았다. 계획에 따라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진단과 공공언어 생산자인 공무원의국어능력 향상, 행정 전문용어 순화 등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울산은 한글사랑이 남다른 도시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한글관련 조례도 있고 기념행사도 풍성하다. 또 외솔 기념사업, 한글문화예술제 확대, 지역어 보존과 진흥 환경 조성 등을 통해 우리말을 지키고 활용하고 있다.

울산시 차원에서 시민의 국어 능력 향상, 한글 사랑 교육체계 구축, 언어예절 향상 교육, 다문화사회 한국어 교육 등 언어 환경도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긍심을 가질 만 하다. 이제 또다시 한글날을 맞아 우리의 자랑인 한글을 외솔 선생의 고향에서부터 바르게 사용하고 널리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그 정신을 되새기는 한글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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