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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방법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해왔다. 
 
먼 길을 와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누던 것이 글자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편지로 대체됐다. 
 
그러다가 전화가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이 됐고 그것이 발전해 스마트폰과 SNS 시대를 열어 비대면 소통이 대세가 됐다. 
 
예술에서도 축음기가 발명돼 음악을 비대면으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기면서 영화 감상도 비대면 시대가 열렸다. 
 
몇 해 전 일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바로 옆자리의 중년 승객이 스마트 폰으로 영화 감상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슨 영화이기에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저토록 열심히 보는가 궁금해 그 승객이 보는 영화를 살짝 바라보았더니 바로 내 작품인 '길(2004년작)'이었다.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의 여러 요소를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바람직한 영화 감상 매체가 아니다라는 내 생각을 그 이후 버리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극장의 전성 시절 명절날이면 극장 광장에 만국기가 날리고 극장 안은 입석도 모자랄 만큼 관객들로 넘쳐났다. 개봉관의 인기 영화는 암표가 3~ 4배 높은 가격으로 팔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좋든 싫든 언택트 문화 감상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좋은 예술은 마음의 양식이 됨으로 어떠한 때라도, 어떠한 방식으로도 양질의 문화 감상은 계속돼야 한다. 
 
오래전 읽은 실제 경험을 담은 수필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6.25 전쟁 때 추운 겨울날 피난 열차에 피난민들이 열차 지붕에까지 가득 타 있었다. 모두들 추위와 굶주림과 불안 속에서 몸을 실은 열차가 원주역에 도착했다. 
 
마침 그때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이 역사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피난민들은 추위를 잊고 하나둘씩 음악에 젖어 들었고 곧 거의 모든 피난민들이 조용히 그 음악을 들었다. 기관사는 음악이 다 끝나서야 비로소 열차를 출발시켰다. 
 
바흐의 음악 한 곡이 고난을 겪고 있는 피난민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안을 주었던 것이다. 
 
미국 영화 쇼생크 탈출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있다. 교도소장의 개인 회계를 돕느라 소장실에 자유롭게 출입하게 된 주인공 죄수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소프라노의 아리아를 전축으로 틀어놓고 교도소 내의 모든 죄수들이 듣도록 한다. 
 
갑자기 스피커를 통해 대부분의 죄수들이 들어보지 못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자 운동장에서 잡담하던 죄수들, 공장에서 노역하던 죄수들, 감방에 무료하게 누워있던 죄수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비대면으로) 음악에 집중한다. 
 
그리고 한 죄수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누가 부르는지도 모르고 알지도 못한 음악이었지만 우리는 음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가 갇힌 벽이 허물어지며 자유를 느꼈다" 
 
5회 째를 맞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된다. 
 
단 한 번만 패스(5,000원)를 끊으면 온라인에서 100편의 영화를 모니터와 스마트폰으로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복합웰컴센터에서는 14회에 걸친 자동차 극장을 운영한다. 
 
방역을 위해 초청객도 없고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는 낼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와 관객의 만남이다. 
 
우리 영화제가 내세우는 주제는 도전과 극복, 힐링이며 그 배경은 히말라야에서부터 몽골의 초원에 이르는 대자연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옛말처럼 코로나 시대도 지나가 내년에는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영남 알프스의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영화와 축제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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