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도 어느덧 끝이나고, 여름의 옷차림으로 길을 나서기엔 조금은 쌀쌀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우리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가을은 곡식과 과일이 여무는 추수의 계절이자 한해의 절반을 지나는 변곡점같은 계절로 무엇보다도 가을은 현악기와 잘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을빛을 닮은 현악기들을 사용한 곡들과 가을을 음악으로 빚어낸 곡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 - 첼로 무반주곡 입니다. (Johann Sebatian Bach, 1685~1750)
묵직하고 고풍스러우며 고급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이 첼로곡은 많은 광고나 BGM으로 사용된 이력이 있는만큼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며 마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 시대의 최고의 첼로 무반주곡으로 꼽힐만큼, 대한민국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항상 인기순위에 랭킹될 만큼 대중적인 곡입니다. 첼로 하나만으로 다른 악기의 도움이나 조화없이 오롯이 이끌어가는 곡의 분위기는 낙엽이 무르익어가는 산 속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가을을 주제로 한 가을하면 바로 떠오르는 유명한 두 곡을 소개해 드리려합니다.
먼저, 안토니오 비발디 (Antonio Vivaldi, 1678~1741)- 사계 중 '가을' 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도입부로 유명한 이 곡은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좋아했던 비발디가 성직자 생활을 하면서 작곡한 곡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가을'은 수확의 기쁨을 경쾌하고 밝게 잘 표현해 냈습니다. 즐거움과 환희, 기쁨이 함께하고 술과 함께 수확을 축하 하며, 새벽녘을 지나 잠시 고요함을 만나고, 마지막엔 총소리와 개짖는소리 사냥꾼들의 사냥하는 모습이 바이올린 독주를 통해 다양하게 연주됩니다. 눈을 감고 감상한다면 마치 한편의 동화를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습니다. 그 비발디가 느꼈던 가을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같이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다음으로는, 표트르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 사계 중 10월 '가을의노래' 입니다. 지금까지 현악기 위주의 노래를 소개해 드렸다면 이번 곡은 피아노곡입니다.
19세기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차이코프스키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두까기인형 고전발레 3대 명작, 교향곡, 그리고 한번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곡들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이 곡은 당시 음악잡지인 '누벨리스트' 의 피아노 소품곡 12곡으로 매달 소개되었는데, 그 중 톨스토이의 시 가을의 노래 를 주제로 10월을 묘사했습니다. 피아노로 통해 듣는 가을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이란 곡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스페인의 유명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 1852~1909)가 작곡한 곡으로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기타선율이 유명한 곡입니다. 선선해진 이 날씨와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요즘, 스페인 그라나다 도시에 있는 알함브라궁전을 상상하며 이 곡을 들으신다면 가을의 정취와 함께 스페인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낙엽지고 코스모스 피어나는 가을을 느끼기 힘든 상황에서 잠시라도 일하시면서 아니면 휴식시간에 오늘 추천드린 가을에 맞는 클래식을 따뜻한 차나 커피를 즐기시며 2020년의 가을을 맞이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 기자명 기현정
- 입력 2020.10.19 19:45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