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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인 유사법인 등을 악용한 탈세를 막으려고 내년에 도입하는 '유보소득세'로 중소형 중심의 산지역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놓였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불황에 따른 일감부족과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의 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존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에 유보소득세까지 겹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건설업종 특성상 '유보금 보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보소득세 관련 법안이 통과돼 과다 보유에 대한 과세가 현실화되면 건설업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투자여건도 악화돼 건설경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내년부터 배당하지 않고 유보금을 많이 쌓은 개인 유사법인에 '배당 간주 소득세(유보소득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유보소득세 과세 요건은 오너 일가 지분율이 80%를 넘는 회사(개인 유사법인)로,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전체 자본의 10%(적정 유보소득)가 넘는 액수를 연간 사내유보금으로 쌓는 회사다.
 
적정 유보소득 이상을 배당하지 않고 쌓아두면 여기에 유보소득세를 매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 의도와는 달리 100억원 미만의 공공공사로 겨우 먹고사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과세 표적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입찰 시 평가받는 경영상태평가를 위해 유보금을 쌓아놓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건설업은 법인사업자 비중이 43.6%로 일반제조업(17.2%)의 두 배 이상이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18년 기준 조사). 과세 사정권에 가장 많이 속하는 산업분야인 셈이다.
 
행정안전부와 조달청 시설공사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및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 공사 입찰에서는 수행능력평가(시공경험, 경영상태 등)와 입찰가격 등 각 심사분야별로 평가한 후 이를 합산해 낙찰자를 정한다.
 
100억원 미만 공사에 참여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신용등급을 책정하기 어려워 경영상태 평가 시 재무비율로 점수를 매기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들은 수행능력평가 중 15점에 달하는 경영상태평가 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 말하자면, 발주처인 공공공사의 경영상태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사내 유보금 확보가 거의 필수로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유보소득세가 시행되면 중소형 건설사들은 세금 폭탄을 맞거나 세금을 내지 못하는 곳들은 유보금을 쌓을 수 없게 된다.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 입찰 경영상태 평가에서 만점을 받지 못하면 수주 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실적이 악화돼 회사문을 닫는 벼랑 끝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정부가 개인 유사법인 등을 악용한 세금 탈세를 막기 위해 도입하는 '유보소득세' 불똥이 중소형 건설사들에 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우리 건설업계는 정부의 초과 유보소득 과세에 대해 적정 유보소득 산출 비율을 조정하는 개선안을 제안했다. 정부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담긴 초과 유보소득 과세 신설에 대해 건설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개선안을 마련해 전달했다. 
 
대한건설협회가 마련한 개선안은 적정 유보소득 산출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기존 산출비율을 △자본금 10%에서 20%로 상향조정 △유보소득+잉여금 처분에 따른 배당금의 50%에서 80%로 상향 조정해달라는 것이다. 
 
적정 유보소득 산출 비율 조절이나 건설업 관련 법인에 대한 적용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각 법인별로 대대적인 지분비 조정 및 배당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법인은 사업용 토지확보 등 대규모 유보금 적립이 불가피해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는 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게 분명하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는 법안이므로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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