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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청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광역시청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울산을 비롯한 지방 5대 광역시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신개념의 '도심융합특구' 후보지를 놓고 울산에서 벌써부터 잡음이 새고 있다.

이달 초 국토교통부가 사업계획을 발표하자, 울산 지자체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기대에 부풀어 앞다퉈 후보지를 시에 제출하고, 지역 기관·단체에서도 각각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유치에 얼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입지 선정은 베일에 싸여 절차나 일정, 방법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에선 울산혁신도시가 그랬듯이 지역 구성권의 주거 생활권은 물론 경제권과도 직결된 대규모 신도시 입지를 정부나 특정집단의 입맛대로 결정할 게 아니라 시민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한 여론수렴과 지역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선정위원회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가려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역에 조성되는 신도시 입지는 지역 주도로 결정돼야 한다는 얘기인데, 실상은 정반대로 흐르는 모양새다.

울산에 조성될 도심융합특구 유치 경쟁은 지난 16일 울산시가 남구를 제외한 4개 구·군에서 제출한 후보지 8곳을 취합해 국토부에 추천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각 구·군별 추천 후보지는 △중구가 울산혁신도시~장현첨단산업단지~울산테크노파크를 잇는 혁신산업밸트 일대 600만㎡ 1곳 △동구는 남목고개 일대 50만7,000㎡와 일산동 고늘지구 일대 47만2,000㎡ 2곳 △북구는 창평동 일대 198만㎡와 시례·상안동 일대 135만㎡ 2곳△울주군은 KTX울산역세권 복합특화단지 153만㎡와 범서 입암리 352만㎡, 청량 율현지구 73만㎡ 3곳이다.

각 구·군은 제각기 추천한 후보지의 장점과 지역균형 발전론을 앞세워 유치 당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도심융합특구 입지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특정 지역을 지목했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울산시는 도심융합특구 입지 선정에 대해 국토부가 선정할 것이라는 입장이고, 국토부는 광역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적지를 정할 것이라며 같은 듯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사업을 총괄하고, 지자체가 대상지를 발굴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지원한다는 예초 사업계획상의 역할 분담과는 거리가 있는 구도이다. 당초 국토부는 도심융합특구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국토부와 LH, 토지주택연구원(LHI), 5대 광역시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 및 운영 계획을 마련했었다.

이 협의체 운영 계획에서는 국토부가 사업계획 수립 총괄과 이주대책 관계부처 협의, 도심융합특구 특별법 제정, 예산 대응의 역할을 맞고, 지자체는 전담팀을 구성, 사업대상지 발굴과 인센티브 제안, 특구 개발 구상을, LH는 부지활용 시뮬레이션, 사업성 검토, 사업시행 절차 지원, 세제·국비지원·규제완화 등을 포함한 사업유형별 특례 검토, 컨설팅 제공 등의 역할을 맡도록 했다.

이 같은 역할 분담대로라면 도심융합특구 사업의 최대 관심사인 입지 선정은 지자체, 즉 울산시가 주도해야 한다. 하지만 울산시는 기초단체간 유치전이 가열되자 "각 구·군에서 제출한 8곳을 모두 추천했으며, 이후 정부가 제시한 도심융합특구 모델에 가장 근접한 대상지를 선정할 것"이라며 입지 선정에 관한 한 거리를 두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토부의 입장은 더 가관이다. 이번 도심융합특구 입지 선정은 통상적인 공모 방식이 아니라, 해당 광역시와 협의를 통해 대상지를 찾을 것이기 때문에 각 광역시의 후보지를 공개할 수 없다며 가림막을 쳤다.

울산시와 국토부의 이러한 입장과 방침대로 도심융합특구의 입지가 결정될 경우, 후보지를 제출한 각 구·군은 물론 울산시민의 여론을 반영할 길은 완전히 차단되는 셈이다. 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는 그야말로 '밀실 심의'를 통해 최종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탈락한 지역의 반발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도심융합특구 입지선정에 대한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임에도 지역 유력인사들의 입을 통해 특정지역이 특구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들 인사들이 지목하고 있는 도심융합특구의 후보지가 국토부에서 제시한 입지 기본 가이드라인에 부합하고 울산시의 도시개발 방향과도 일치하고 있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업을 시행할 LH의 입맛대로 특구 입지를 이미 정해놓고, 각 구·군으로부터 후보지를 추천받은 것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론까지 나온다.

지역균형 발전 등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도심융합특구 후보지를 제출한 울산 4개 구·군에선 "자립형 신도시 조성이 특정 정치권의 치적 쌓기로 사업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이 공개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면서 "결정에 참여한 사람만 아는 폐쇄적 입지 선정은 도심융합특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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