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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울주산악영화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만든 일이다. 하지만 영화제 추진위 측은 자동차 극장과 온라인 상영이라는 낯선 방식으로 영화제를 준비했다. 11월 1일까지 열리는 최장기간의 기록도 세웠다.

결국 어떤 방식이든 영화를 통해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이선호 울주군수는 이번 영화제를 열면서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산악영화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영화제 법인 출범 이후 이사장으로 세 번째 영화제를 맞는 이 군수는 올해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에 맞춰 이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영화제 개최시기를 4월로 당겨 영남알프스의 봄과 산악영화 축제를 연계하겠다는 포부도 밝히기도 했다.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특별 상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43개국 128편에 이른다. 지난해의 경우 '함께 가는 길'을 슬로건으로 전 세계 산악영화뿐 아니라 산, 사람, 자연을 주제로 총 45개국 159편의 영화를 상영한바 있는 울주산악영화제는 단시간에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영화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국제경쟁의 경우 전 세계에서 제작된 거의 모든 산악영화 신작들이 모이는 열기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비대면 영화제가 주류를 이루지만 지난해까지 영화제 상영범위가 영남알프스와 언양, 범서읍 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이었다. 울주산악영화제의 경우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타 영화제들의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콘텐츠 선택의 탁월함이 그 이유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산세를 가진 울주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국내 최초 산악영화제'는 산악인과 영화인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산악영화라는 장르의 진입 장벽은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좋은 콘텐츠를 선점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속성을 갖고 확대 성장하려면 이처럼 일반 관객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영화제가 되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산악영화제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영화제에 모든 것을 쏟은 관계자들의 노고가 첫째다. 

실제로 울산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부상한 울주산악영화제의 반향은 예사롭지 않다. 영화제 사무국은 세계 유일의 영화제를 지향했고 정체성 강화 및 위상 제고, 국제행사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등을 기치로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영화제를 위해 전문 영화인이나 산악인뿐만 아니라 산을 좋아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일반인도 영화를 만들어 동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당찬 계획도 현실화시켜 나갔다. 영화 상영 이외에도 포럼이나 워크숍, 패널 토크 등의 이벤트를 확대해 산악영화에 대한 관심과 제작 분위기 등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산악영화제는 1,000m 이상의 고봉 7개를 일컫는 '영남알프스'를 브랜드화해 울주를 '명품도시'의 이미지로 띄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울주 산악영화제의 특징은 무엇보다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는 아쉽게 이 부분이 비대면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어느 영화제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이다. 지리적인 특징과 장소성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주말을 맞아 영남알프스의 정취와 영화제 체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행사가 산악영화제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울산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울산시민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전문 산악영화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화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추후 대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악 전문 영화제라는 이유로 일부 국내외 산악 애호가들의 관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일반 관람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영화제의 문턱을 좀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인프라다. 산악영화제라는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상영공간이 제한적이다. 더구나 영화제가 열리는 일대는 러브호텔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다. 요상한 모양의 숙박시설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웰컴센터 인근은 러브호텔 집성촌으로 방문객들이 숙박과 관람을 즐기기에는 제약이 많다. 상영공간이나 숙박시설 등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제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부끄러운 현실을 그대로 두고 그저 영화제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시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발길을 잡을 수 없는 일이다.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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