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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들이 원전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전기요금은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지불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울산시민들로서는 배신감과 자괴감이 동시에 밀어닥치는 뉴스였다. 

국정감사 자료다. 이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울산의 가정용 전기요금을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도 지역 종별 판매단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반용 전기판매단가는 '대전광역시', '인천광역시'가 각각 128.28(원/㎾h), 128.39원으로 가장 낮았고, '울산광역시'가 133.90원, '세종특별자치시'가 135.34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전기요금은 계약 종별(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로 요금이 분류된다. 공정한 요금체계를 위해서지만, 종별요금산정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 농사용 전기판매단가 또한 수도권인 '경기도'와 '서울'이 각각 47.49원, 49.17원으로 총 17개 지역 중 저렴한 편에 속하는 반면 '울산광역시'와 '대전광역시'는 각각 51.92원, 52.26원으로 가장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이처럼 일반용, 농사용의 경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전기요금이 지방보다 싸게 책정되고 있다. 전력은 주로 지방에서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부담과 사고위험은 지방에 전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비싼 이른바, 역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소비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전기요금은 제일 저렴하지만 환경부담은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

가로등 전기요금 현황도 마찬가지다. 가로등 전기요금은 대구광역시가 111.26원으로 가장 낮고, 경기도는 115.75원으로 가장 높게 산정돼 그 기준이 확실하지 않았다. 발전량과 판매량이 종별원가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보기에도 어려웠다. 

한전이 제출한 '2019년 행정구역별 발전설비 및 발전량'에 따르면, 발전량이 가장 많은 구역은 '충청남도'였으며, '경상북도', '경기도'가 그 뒤를 이었고, 발전량이 가장 적은 구역은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충청북도' 순이었다. 판매량 또한 '세종자치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가 가장 적었으며, '경기도','충청남도'가 차례로 많은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봤을 때 발전량과 판매량과 종별원가 산정의 연관성이 부족했다(제주특별자치도 제외).

전기료 문제에 있어서 울산의 경우는 여러 가지 지적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누진제 문제나 환경부담금 문제를 떠나 울산만큼은 좀 더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시민들에게 전기요금에 있어서 우선돼야 할 문제는 원전주변지역의 전기료 차등화다. 

이미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정부에 건의된 내용이다. 울산시 울주군 등 원전 소재 5개 시·군의회는 원전 주변지역 전기요금 차등요금제 시행을 수차례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원전으로 인한 사회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원전 소재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전기요금 차등요금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전주변지역 시·군의회 공동발전협의회는 전기요금 차등요금제 시행 필요성과 관련 "원전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위험비용은 특정지역이 계속 부담하는 반면,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은 비용 부담 없이 서비스 혜택만 누리는 구조는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원전주변지역은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송전철탑이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송전탑은 전자파 우려에 따른 대표적인 위해시설로 현재 원전 소재 지자체에는 53개 노선에 총 1,497기의 송전철탑이 설치돼 원전 못지않은 폐해를 주고 있다. 원전이 들어선 이후 오랜 세월 희생을 감당해온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차원에서 전기료 감면 등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 문제와 관련, 또 다른 조사결과도 있다. 울산시민들은 수도권과 원전지역이 전기요금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해 매우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된 내용이다. 사단법인 시민정책공방 사회여론센터가 울산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전안전 및 에너지 분권의식 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수도권과 원전지역 전기요금의 차이가 없는 것이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79.7%, '공정하다'는 의견은 5.7%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울산시민들은 수도권에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공포에 내몰려 있는데도 타지역과 전기요금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해 매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울산의 경우 전기료 문제는 사실상 민감하다. 거대한 원전 두 곳의 샌드위치에 놓여 있는 울산에 전기료 감면과 누진제 폐지 등은 당장 시행해야 할 실질적인 주민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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