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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하늘을 맑게 만드는 일은 울산시민들의 숙원이다. 최근 들어 울산의 공기질이 엄청나게 개선됐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특정 계절이나 연휴 전후 등 특정일과 특정 지역의 경우 공해 문제는 여전히 만성민원이다. 그 지표가 또 공개됐다. 울산과 온산공단 악취 배출업소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 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1년간 악취 호소 민원은 733건이다. 이 중 23건이 허용기준을 초과해 고발, 조업정지, 개선명령 등의 조처가 내려졌다. 

위반 건수는 울산공단과 온산공단이 있는 남구와 울주군이 각각 11건, 북구 1건 등이다. 남구 여천동 기타포장용기 제조업체인 Y사와 기타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I사 2곳은 악취방지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각각 고발 조처됐다. 울주군 비료제조업체 D사는 허용기준을 초과한 악취를 내뿜어 조업정지명령을 받았다.

이번 자료에서도 확인됐지만 울산의 대기공해 상황은 여전히 불안감은 떨칠 수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당국이 지속적으로 대기 공해 관리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기 공해 상황이 불안정한 것은 문제다.

특히 울산의 경우 공단지역 주변은 늘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 남구 매암동과 여천동, 용연동은 물론 온산공단 주변도 대기 공해는 여전하다. 더욱 우려할 부분은 울산과 온산공단의 대기 중에 발암물질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흐린 날의 경우 공단지역 하늘은 온통 매연으로 가득한 것이 울산의 현실이다. 초미세먼지는 더욱 높은 수치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여러 기관의 측정과 관찰로 드러난 사실이다. 

울산시가 해마다 악취 저감 대책을 세워 관리하고 있으나, 악취 민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악취 민원은 2015년 215건에서 2016년 739건으로 늘었다. 이후 2017년 637건, 2018년 735건, 2019년 805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감시시스템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경우 대기오염물질 굴뚝 자동측정기기(TMS)로 대기 상황을 체크하고 있지만 특정 화학물질 배출만 관리할 뿐 악취 발생은 감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악취 발생 신고에도 이 측정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또 울산산단 공장 대부분은 악취 방지 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특히 관계 당국이 현장에 도착해도 악취가 사라진 이후거나, 악취가 있더라도 특정 업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울산공단 주변은 사계절을 막론하고 미세먼지가 공포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울산지역 미세먼지 농도(환경기준 50㎍/㎥)는 2012년 46㎍/㎥, 2013년 47㎍/㎥, 2014년 46㎍/㎥, 2015년 46㎍/㎥, 2016년 43㎍/㎥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는 직경이 2.5㎛ 이하의 입자로 신경계 독성물질인 납과 비소 등 중금속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초미세먼지를 석면, 흡연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입자가 매우 작아 코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 끝까지 이동, 호흡기 계통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세먼지로 인해 시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지만 당국의 대책은 고작 위험성을 알리는 예보에만 그쳤다. 미세먼지가 매년 되풀이될 게 뻔한데, 그때마다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 등 주의만 당부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몇 해 전의 자료지만 울산시민들이 마시는 공기 중에 이산화황 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된 결과치가 발표된 적이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이산화황의 농도가 점차 줄어드는 추이에도 불구하고 울산에서는 특히 증가세를 보인다는 결과도 나왔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에어코리아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국가 대기 오염측정망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자료를 통해 울산의 대기질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울산시는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실시간 유해대기 측정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 도입한 측정시스템의 가동으로 울산 악취 배출원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됐지만 원인불명의 악취는 무방비 상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울산시는 도심과 공단 경계지역 등지에는 무인 악취 포집기 24대와 악취 모니터링 시스템 9기 등 악취 측정장비 인프라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악취 배출업소에 대한 점검이나 관리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미세먼지가 사시사철 가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기공해관리는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가을 하늘 아래 마음껏 숨 쉬는 자유마저 박탈당한다면 시민들의 건강권은 그만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쾌적한 도시,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맑은 공기는 필수다. 대기공해 관리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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