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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이 지역의 뿌리를 탐색하고 그 원류를 찾아 후세에 알리는 작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그 첫 행보가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이라니 반갑다. 이 작업은 무엇보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의 지역 사랑에 대한 정신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노 교육감은 지난 2일 시 교육청 간부 공무원과 강북·강남교육장, 직속 기관장 등 30여명과 함께 국보 제285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방문했다. 반구대암각화를 찾은 울산의 교육계 인사들은 반구대 암각화의 역사적 가치를 공유하고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마련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시교육청의 지역화 교재인 우리 고장 탐구 교과서에 2페이지에 걸쳐 실릴 정도로 중요한 문화재로 기록돼 있다. 반구대암각화로 만나는 울산의 선사시대, 지역문화재 문제 이해를 위한 반구대 암각화 특강 등을 시행하는 학교도 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어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인식도 제고나 보존 캠페인 등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노옥희 교육감은 이번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우리 지역 문화재에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다양한 교육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토론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보존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덧붙여 울산시교육청은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해 힘을 보태는 등 암각화 보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와 가치의 재발견을 후대와 연계하는 작업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교육청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본격화하는 것은 자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고 지역에서 자라는 미래세대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귀중한 작업이다.

울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반구대암각화에 목을 매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핵심은 '뿌리'다. 반구대암각화는 무엇보다 우리의 뿌리를 웅변하는 증거물이다. 실증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변변한 고대역사서 부재를 거론하며 이 땅의 역사를 단군조선 이후로 축소한 일본 황실의 어용학자들이 죽어도 부정할 수 없는 생생한 민족의 이동경로가 반구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지난 1971년 반구대암각화 발견 이후 많은 학자들이 암각화의 역사성과 상징성, 예술적 가치와 사료적 가치에 대해 연구해 왔다. 학자들의 연구성과는 해가 거듭할수록 반구대암각화의 놀라운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시베리아 우르쿠츠크 인근에는 시스키스키 암각화가 있다. 반구대암각화만큼 시련과 고초를 겪은 이 암각화는 반구대암각화를 새긴 사람들의 뿌리를 이야기해 준다. 사실 이 암각화 이외에도 바이칼 인근 지역은 우리 민족과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민족이 시베리아 바이칼 지역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시베리아에 들어와 샤먼(무당)에 대한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우리 민족과의 유사성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시스키스키 암각화는 바이칼 인근 지역에 위치해 있다. 불행하게도 그 중에 하나는 1948년에 완성된 이르쿠츠크시 남쪽의 앙가라강에 세워진 댐으로 인해 수몰됐고 우여곡절 끝에 남은 하나가 바로 시스키스키 암각화다. 사슴과 사냥술을 묘사한 이 암각화는 반구대암각화의 원형이라 해도 될 만큼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내몽골 적봉에서 한국형 암각화가 발견됐다. 고려대 한국고대사 연구팀이 발견한 이 암각화는 바이칼에서 시작된 암각화의 흔적이 한반도 동쪽 끝 울산으로 연결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내몽골 암각화는 천전리각석에 새겨진 방패형 검파형 암각화의 기원을 찾는 중요한 증거물이 됐다. 특히 내몽골 지가영자 유적의 남쪽 사면 바위 군락의 상단부에서는 울산 천전리암각화를 축소해 놓은 것과 같은 마름모모양, 동심원모양, 사람얼굴모양 등의 암각화가 나와 학자들의 가슴을 달구기도 했다. 바이칼과 내몽골, 요하문명지와 한반도로 이어지는 고대인류의 이동이 바위그림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셈이다.

한민족 주류의 기원이 북방에 있다는 설은 가설의 단계를 넘어 인류학적으로나 문명사적으로 검증이 되는 과정에 있다. 바이칼에 터를 잡은 인류의 한 일족이 내몽골과 요하를 거쳐 한반도로 이동했고 그 종착지가 울산이었다는 증거가 바로 반구대암각화다. 이는 가설이 아니라 상당한 증거를 가진 학설이다.

바로 이 사실을 울산에서 자라는 세대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울산의 뿌리를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뿌리가 튼튼하면 울산에서 자란 2세들의 바탕에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깔리게 된다. 이는 바로 울산의 자산이자 미래를 위한 밑그림이다. 바로 이 작업을 울선 교육계가 앞장 서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교육청 만이 아니라 지역의 기관 단체 등에서도 지역의 뿌리를 제대로 탐색하고 이를 지역민의 자긍심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작업에 앞장 서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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