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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하나 둘이 아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소비의 역외 유출은 심각한 사안이다. 울산에서 돈을 벌어, 타지로 가 지출하는 것은 도시 발전의 고질병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외지로 나가 돈을 쓸 수밖에 없는 도시여건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교육 및 의료 인프라 등을 구축해 지역 내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 탈울산이나 역외 지출의 악순환이 멈출 수 있다. 이는 바로 자금의 역외유출이 도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명한 수치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동남권 지역내총생산 추이(2000~2018년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6,379만원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울산의 1인당 지역총소득(GRNI)는 5,269만원으로 지역내 총생산에 비해 1,110만원이 적었다. 지역총소득에서 지역내총생산을 뺀 결과 '+'인 경우 소득이 순유입된 것을 의미하며 '-'인 경우엔 소득이 순유출된 것을 뜻한다. 6개 광역시 중 소득이 순유출된 도시는 울산이 유일하다. 

2018년 울산의 1인당 GRDP 대비 (GRNI-GRDP) 격차는 -17.4%를 기록, 2000년 이후 울산의 1인당 GRNI가 항상 1인당 GRDP를 밑돌고 있어 역내에서 생산된 소득이 지역 내 주민이나 기업에 귀속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2000년 이후 울산의 지역내총생산 대비 지역총소득 비중(GRNI/GRDP)은 75~85%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소득이 순유출되고 있다. 울산의 주력 산업 생산공장 본사가 서울 등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된 기업소득이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울산은 타지에 거주하면서 울산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 비율이 높아 근로소득 일부도 역외로 유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울산의 GRDP는 총 73조6,000억원으로 동남권의 26.8% 수준이다. 

제조업 지역 총부가가치 규모는 36조4,000억원이며 석탄·석유·화학제품이 전체의 48.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울산지역의 제조업 실질성장률은 주력산업 부진 등 영향으로 크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2018년 울산의 연평균 성장률은 2.2%로 동남권(3.0%) 전체 성장률을 밑돌았다. 또 부산(3.0%)과 경남(3.7%)에 비해서도 낮았다. 

역외 유출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보다 울산의 소매업이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업체 수가 부족하고 지역 내 이용자의 접근성도 낮은 편이라는 점이다. 또 울산의 연면적 1,000㎡ 이상 대형 소매업체 수는 인구 1만 명당 0.9개로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적고, 이들 대규모 점포 접근시간은 승용차와 대중교통·도보 각각 10.2분, 19.5분으로 특광역시 중 가장 길다. 대형 아웃렛, 백화점 등의 부족은 울산지역 방문 관광객을 통한 소비 유입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의 관광산업도 역외유출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관광산업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울산 관광업 업체 수는 465개, 매출액은 2,000억 원으로 모두 전국 평균(각각 1,946개, 1조5,000억 원)보다 낮고, 2017년 기준 울산지역 관광여행 횟수는 숙박과 당일 각각 1,027회와 1,575회로 전국 평균(각각 7,577회, 6,379회)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낮아 추가적인 수요 창출이 어려움은 상태다. 울산지역 여행 만족도는 대부분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관광객의 낮은 만족도는 재방문이나 추천 의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다 외식산업의 낮은 경쟁력도 문제다. 울산의 외식산업은 최근 업황 부진 지속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울산지역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2016년 이후 60대 초중반을 지속하며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청년층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부족 등으로 젊은 세대의 기호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 어렵고,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울산지역 음식점의 화제성도 낮은 편이다. 

낙후된 전문 의료서비스도 자금의 역외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울산은 의료서비스 인력, 장비 등 의료인프라가 부족해 중대질환 자체충족률은 60% 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울산은 도시 규모에 비해 쇼핑이나 휴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주말마다 시민들이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를 두고 무턱대고 애향심에 호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울산이 그동안 많은 부문에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기반시설이나 주거환경 개선 등 기간시설에 초점을 맞춘 발전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역외유출의 근본적인 문제는 돈 쓸 곳을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울산 안에서 충분히 소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기반조성이 시급한 이유다. 바로 이 부분에 정책 방향을 맞춰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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