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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울산시는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야기가 있는 울산의 맛 10선'과 숯불한우, 곱창, 막창, 장터국밥, 미나리, 고래빵 등이 포함된 '울산구미'(蔚山九味)에 대해 알려나가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기존의 음식테마거리도 단계별 발전을 도모하자고 했다. 삼호곱창거리, 수암한우생고기거리, 장생포고래고기거리, 꽃바위회거리, 정자동회거리, 언양불고기거리가 해당될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이를 관광인프라를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군, 상인회, 전문가 등 민간자문기구를 둬 관광객을 유인하는 지속 가능한 음식관광전략을 구상하자는 제언으로 연구가 마무리됐던 것 같다.
 
이달 초 태화강 둔치 울산남구 울산시민공원에서 열린 울산팔색음식문화대잔치는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시의 후원으로 울산음식문화연구원이 처음으로 마련한 행사였는데 시민들을 대상으로 울산의 맛을 알리는 음식축제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틀간 진행된 행사장에는 요리와 관련해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 음식관련 유튜브를 운영하는 젊은 크리에이터들, 음식축제를 한다기에 어떤 먹거리를 선보이는지 궁금한 시민들이 대거 방문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포럼에서 전국적 인지도의 조리명장과 대학교수들은 한 도시에서 제대로 된 음식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들려줬다. 
 
요식업 관계자나 일부 유튜버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전 시민이 울산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이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해당 음식이 울산을 알리는 대표성을 갖기까지 애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이처럼 이번 행사는 단순하게 음식을 만들고 이를 방문객들이 맛을 보는 푸드페스티벌이 아니라 관광도시 울산을 알릴 울산대표 관광음식과 울산지역 스토리를 반영한 새로운 메뉴개발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음식문화포럼과 음식경연대회, 요식업 서비스 및 레시피 공유와 컨설팅 홍보 등이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울산의 특산물을 가지고 새로운 레시피를 선보였는데, 그 중 '미나리볼 홍합초부빔 초배기' '울산한우고랭나베' 등이 눈길을 끌었다. 
 
부산에서 온 조리장인이 울산을 떠올리며 제안한 '죽순연계탕' '들깨즙 수증계'도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연구원에서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부추와 열무 등을 활용해 '열무부빔밥' '큰애기보쌈'을 선보여 울산을 알리면서도 어렵지 않은 조리법으로 호응을 얻었다. 
 
지난 5년간 요식업 종사자로, 음식연구가로 울산의 식자재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왔다. 
 
왕회장밥상, 처용밥상, 큰애기밥상이라고 명명한 상차림은 개별 음식의 조화를 고민해 완성한 결과물 중 하나였다. 
 
이번 행사는 그 동안의 결과물을 모아놓고 좀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음식축제를 마련한 것이다. 
 
수많은 '먹방'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먹거리 자체로만 머물지 말고 그 속에 '울산'이라는 지역성을 담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자는 취지였다.
 
요즘은 음식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이 된다.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음식에 들어가는 지역의 토산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식객이 늘어나고 있다. 
 
유명 셰프의 조리과정과 독특한 향토음식을 활용한 '푸드 투어리즘(Food tourism)'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다. 
 
유적, 건축물, 박물관, 자연경관 등 관광지의 고정자산은 바꾸기는 어렵지만, 도시의 음식은 어떻게 꿰맞추느냐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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