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선에 머물다] 소매물도
[詩선에 머물다] 소매물도
  • 이미희
  • 2020.11.10 20:29
  •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매물도

                                       박진한

물음표 하나 바다에 떠 있다
마지막 점으로 뚝 찍은 등대
바라보는 저 넓은 아량
간절할 때만 열어주는 바닷길
나는 지우고 싶은 물음표뿐인 점
살아온 길이 순수만 했는가
불쑥 솟아 바람기마저 용서하는 절벽들
한참을 흔들다 포기하고 돌아누운 억새들
답하고 나면 또 물어보는 내 속의 질문들
한 장 그리움으로 남은 폐교엔
의문의 소리만 파도로 들린다
할머니 손바닥만 한 소쿠리에
마지막까지 몸을 던지는 멍게들
한 조각 무게마저 찢어진 시린 몸통의 끝으로
그냥 왔다 그냥 간다
나조차 온전히 매몰해 버린 채

△박진한 시인: 대구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울산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문장21' 시조, '문학공간' 시로 등단. 산업문화축제 시 수상, 울산 정명 600주년 기념 논픽션 공모 수상. 울산 북구문학회 회장. 주식회사 환경기계 대표이사. 詩나브로 동인. 울산 문인협회 회원. 시집 '다빈치 구두를 신다' 출간.

이미희 시인
이미희 시인

우리는 각자 세상에 던지는 물음표를 몇 개쯤 가지고 있을까. 간혹 자신이 행한 일에도 이해가 되지 않아 자신에게 질문도 더러 했을 것이다. '물음표 하나 바다에 떠 있다.' 시인은 첫 행에서 물음표라는 부호 하나에 여러 갈래의 내포들을 담아 독자에게 던진다. 상념을 물질하는 동안 시는 잔잔한 풍경을 드러내며 넌지시 바다의 품격을 올려놓았다. 행마다 내어주는 바닷길은 넓은 아량과 용서로 닦여져 있다. 시인은 자신은 물음표뿐인 지우고 싶은 점이라 말하며 낮은 자세로 익은 삶을 가르쳐 준다.

이 시는 간결하고 매끄러워서 여심을 더 자극한다. 간절할 때만 열어주는 바닷길이라 더 애가 탈까. 돌아누운 억새들이 안타까워 더 가슴이 여며질까. 숱한 물음표와 물음표 속에서 한 장 그림으로 남은 폐교와 할머니 손바닥만 한 소쿠리가 아롱거린다. 시인은 삶의 한 모퉁이에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본다. 길모퉁이를 지나가면 잊어버릴 것만 같은 소중한 기억들이다. 서정과 서경을 물살에 실은 소매물도 바다는 시인의 물음표 앞에서 바다체로 쓰인 답시를 잘 준비하고 있겠지.

우리는 자신 속 질문들의 답을 다 알아냈을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바다 밑처럼 투명한 결실을 맛보았을까.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답을 찾아내기 위해 한 조각 바람조차 쉽게 보내진 않았으리라. 마지막 점으로 뚝 찍은 등대 앞에서 또 질문을 쏘아댄다. 시인마저 온전히 매몰해 버린 소매물도의 물음표는 물풍선을 불었다가 터트렸다가 물 앓이는 계속되지만, 알 길이 없다. 물음표, 그 갸웃하고 의아한 기호야말로 생이 다 할 때까지 풀어내지 못하는 답 없는 답이 아닐까?
 이미희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울산신문은 여러분의 댓글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댓글. 도배성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위배되는 댓글은 삭제 될수도 있습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진한 2020-11-11 07:34:10
신체와 마음이 같이 늙지않는 이유를 오늘에서야 찾은 것 같다. 이미희시인의 시평을 읽으면서 이 간단한 이유를 느낀 것은 무엇일까? 결국엔 같이 늙으면 일류가 멸망하고 말 것 같은 느낌. 살아가면서 하는 많은 포기들이 과거로 돌아가 답없는 질문에 회상만이 찢어버린 노트장으로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