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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그룹의 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대원그린에너지' 등 4개 기업이 울산 북구 대원그룹 본사 내 부지 1만㎡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립한다. 사진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건립될 대원그룹 본사 내 부지 모습.  유은경기자 2006sajin@
대원그룹의 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대원그린에너지' 등 4개 기업이 울산 북구 대원그룹 본사 내 부지 1만㎡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립한다. 사진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건립될 대원그룹 본사 내 부지 모습. 유은경기자 2006sajin@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드디어 울산에서 첫 삽을 뜬다. '울산형 그린뉴딜' 사업의 핵심인 '수소로 움직이는 사회'가 눈앞에 온 셈이다. 주역은 울산 향토기업 대원그룹이다. 전봇대가 사라지고 전기선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 세상을 꿈꾸는 기업이다. 그 주역인 박도문 회장을 만났다.

# 꿈의 에너지 시대 주도하는 대원그룹
"내가 모기장 장사부터 시작한 거 들어봤나요?"
의외였다. 수소에너지 이야기를 풀어놓을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모기장 이야기가 화두였다. 사실이다. 박 회장은 실제로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 1968년도에 사업가로 변신했다. 첫 사업이 모기장이었다. 경주 양남이 고향인 그는 본적을 울산으로 옮긴 뒤 모기장 제작사업을 시작했다. 직원 5~6명 정도의 가내공업수준이었다. 울산과 포항 등지에 판매하며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모기장으로 시작한 사업의 안목이 낙농업으로 넓어졌다. 경주 안강에 66만1,157㎡ 규모의 목장을 조성했다. 고난의 시간이었다. 소똥냄새에 적응하기도 전에 80여마리의 젖소를 다죽였다. 하루아침에 무일푼이 됐다.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페인트 대리점으로 승부를 걸었다. 바로 그 페인트 사업이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됐다. 정유공장 탱크 페인팅 작업을 하면서 떠오른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새로운 아이템에 눈을 뜨게 했다. 녹을 벗기는 작업에 규사 90% 이상의 강도가 센 모래를 사용했고, 울산 남목 바닷가에 있는 모래가 바로 그 작업에 적합한 물건이었다. 그 때부터 모래 광구 매입에 나섰다. 광산업에 뛰어든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를 계기로 박 회장은 백두대간을 타고 질좋은 석재를 찾아 나섰던 것이 현대광업의 시작이다. 지금은 경북 울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기까지 24개(6,347만1,074㎡ 규모)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집무실 한쪽에는 그 때 사용하던 도구와 5만분의1 지도 등이 빼곡하게 남아 있다.

#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발빠른 대응으로 승부
모기장으로 시작해 골재업으로 확장된 사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여러 차례였다. 고비마다 극한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세상을 읽어내는 사업가의 눈빛은 달랐다. 가장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찾아온 위기였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시대였다. 이른바 뉴그린에너지 시대. "눈앞이 캄캄했어요. 매출이 곤두박질 치고 기존 사업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였지요. 그래서 돌파구를 찾아 나섰고 바로 그린에너지에 눈을 돌렸어요. 친환경, 그린에너지가 아니면 승부를 걸수 없다는 생각에 공부에 매달렸고 길를 찾은 것이 수소발전이었습니다"

고비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던 박 회장은 위기를 신재생 에너지로 헤쳐 나가기로 했다. 수소에너지가 전기로 변하는 순간 친환경 에너지 시대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했다.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원천기술은 미국이 보유했고 갈 길은 멀었다. 수시로 미국을 들락거렸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소발전은 허상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룹의 명운을 걸었다. 이를 주도한 곳이 대원그린에너지다. 당장 내년 여름에는 20MW급 수소전기발전소가 가동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위해 박 회장은 연일 직원들과 하나가 돼 움직이고 있다.  

우리에게 생소한 수소발전소는 정확하게 말하면 수소연료전지를 통한 전기생산을 말한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로 수소 연료전지 발전은 미세먼지의 주요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분진 등이 발생하지 않아 대표적인 친환경 발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도문 대원그룹 회장
박도문 대원그룹 회장

# 울산 전역을 전봇대 없는 세상으로 만든다
대원그린에너지는 울산시 북구 명촌동 대원그룹 본사 내 부지 1만㎡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립하기로 하고 이달 중으로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발전소 건립과 운영에는 대원그린에너지와 한국동서발전, 경동도시가스, SK건설 등 4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지난 8월 울산시청에서 '연료전지 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1,400억원이 투입돼 20MW급 규모로 세워지며, 울산지역 전체 45만 가구 중 5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컨소시엄은 단계적으로 설비를 확대해 25만 가구의 전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100MW급까지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총 7,000억 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이번 사업에서 대원 그린에너지가 60%의 지분을 투자해 발전소 건설을 주도하게 된다. 대원그린에너지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이 사업을 허가받았다. 경동도시가스는 LNG를 공급하고,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을 가진 SK건설은 수소개질 시스템 구축을 맡게 된다. 발전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은 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박 회장은 "수소연료전지발전시설은 발전효율이 높고 매연 등이 없는 청정에너지 생산시설이어서 울산의 공해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100MW급 발전 시설을 일정 기간 상업가동한 후 160만MW급까지 설비를 확대시켜 울산 전체 45만 가구의 전기 수요를 전량 자립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꿈의 에너지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 환경보호협의회부터 이어진 친환경 정신
박도문 회장의 친환경 철학은 그의 삶의 궤적과 무관하지 않다. 바로 환경보호협의회다. 박 회장은 지난 1996년 1월 울산지검 환경보호협의회 설립을 주도했다.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앞세우지 않고는 어떤 사업도 실패한다는 철학이 출발이었다. 이 단체는 지난 2008년 2월에 환경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승인받았다.

환경보호협의회는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울산 환경 지킴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2004년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과 함께 개설한 환경보호 전문과정은 울산과 양산시민을 대상으로 자연환경의 중요성과 올바른 환경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수많은 환경 지킴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배출됐다.


박 회장은 "환경보전 운동은 국경도 없고, 행정구역도 없고, 쉼표도, 마침표도 없다"며 "민관산학이 모여 결성한 환경보호협의회는 지역을 초월한 환경보전 운동을 계속 펼쳐 나갈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박 회장은 "울산은 1962년 울산공업단지가 설립된 후 해마다 각종 오염 물질이 가중돼 시민의 생존까지 위협받게 됐고 울산이 '공해 백화점'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얻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난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되면서부터는 지방정부는 물론 시민·환경단체의 적극적인 환경 개선 운동으로 이젠 '생태 환경도시'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말했다.

# 상의회장 통해 지역위한 마지막 봉사 뜻 밝혀
모기장으로 시작해 모래광산과 골재에 뛰어들었던 박 회장은 제조업부터 건설업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폭을 확장해 왔다. 대원에스앤피와 부강종합건설 등 지역산업계에서 박 회장의 광폭 횡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수소에너지까지 도전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박도문 회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주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사업체를 이끈 그는 누구보다 지역에 대한 사랑이 깊다. 그 사랑을 지역발전을 위해 제대로 쏟아붓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역상공계를 광역시 위상에 걸맞게 바꿔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바로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출사표다. 지역을 넘어 정부 주요부처와 정치권에 거미줄처럼 맺어놓은 인맥을 지역 발전을 위한 봉사로 새틀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나설 뜻을 밝힌 박 회장은 "그동안 많은 분들의 권유가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도시 울산의 상공회의소도 이제 스무살이 넘은 광역시의 위상에 걸맞는 인물이 수장이 돼 가뜩이나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울산 경제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며 "5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환경, 체육,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했다. 이제 울산의 경제를 위해 남은 힘을 쏟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가 몰두하는 수소에너지 시대가 정말 실현될 것인지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놓여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그의 도전 정신은 청정 그린에너지 시대를 반드시 이끌겠다는 의지로 가득해 보였다. 김진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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