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코끝이 매콤해진 가을이 왔다. 학교의 일 년 중 상반기가 이미 끝나고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치열했던 봄, 여름을 보낸 학교는 2학기를 시작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학교의 일 년은 단순하다.
봄에는 신입생들의 어색한 발걸음이 학교로 향할 때 교사는 학생의 일 년을 위해 준비한 내용이 잘 안착되도록 지도하고 행정실에서는 일 년 동안 꾸려나갈 살림을 챙기고 아이들이 직접 사용하는 시설물 현황을 살핀다. 학부모회 구성, 학교운영위원회 선출 등 학생을 위한 교육공동체가 꾸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봄에 계획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고, 시설물의 신축 및 보수가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부쩍 친해진 아이들이 수학여행 및 수련활동, 소풍 등 각종 현장학습을 다녀오고, 방과후수업을 듣고, 청소년단체 활동을 한다. 내진보강 공사, 석면해체 공사 등 규모가 큰 사업은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교육청과 학교가 유기적으로 협조해 공사가 진행된다.
가을에는 2학기 학사일정이 시작된다. 봄, 여름 사이 진행된 사업을 다시금 살펴보고 미진한 부분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은 체육대회와 소풍을 통해 협동심과 성취의 기쁨을 누린다. 직접 교육활동으로는 내년도 교과용도서를 선정하고, 방과후수업과 돌봄교실 운영에 성과를 거두는 시기로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간접 교육활동으로는 무더운 여름 동안 진행한 각종 공사들을 준공하고, 그사이 지나가는 태풍에 시설물 피해를 입지 않도록 미리 정비하고, 그럼에도 피해를 입은 시설물은 학생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도록 즉시 철거하고 보수한다. 또한, 학교 예산 집행에 있어서도 각 사업담당자들이 예산을 적절한 시기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집행 내역을 늘 점검하고 지지하고 제안한다.
겨울에는 학교가 매우 바쁜 시기이다. 올해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면서, 다음연도 3월에 즉시 교육 활동을 실시할 수 있도록 내년도 교육과정을 협의하고 선정하며 각종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심의한다. 지난 교육활동을 피드백하며 다음 연도의 교육과정 운영계획, 졸업앨범 제작, 학교발전기금, 학교회계 본예산 편성, 결산, 급식 운영계획, 학교운동부 운영계획,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운영계획, 연간 법정 용역 계약, 각종 강사 계약 등 이 시기에 해야 할 일들로 학교 구성원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들을 보내게 된다.
학교의 일 년은 이렇듯 계절에 따라 활동의 내용과 깊이가 다르긴 하지만 각 시기별로 완수해야 할 일들을 두고 차근차근 운영된다. 어쩌면 해마다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단조로운 곳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학교급에 따라 학교 여건에 따라 그리고 그 해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학교의 일 년은 전혀 다른 일로 가득 찬 흥미진진한 곳이 된다.
그러나, 올해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학교의 일 년을 이처럼 보내지 못했다.
2020년도는 코로나19 이전 학교의 일 년과는 방향이 다른 학교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학생들은 등교일을 학년 단위로 정해 돌아가며 학교에 나올 수 있었고, 체육활동이 허용되지 않아 운동장 및 체육관 사용이 일시 중단됐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급식을 먹을 때조차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단체활동이 배제됐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고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쌍방향 원격수업의 토대를 마련했고, 각종 지원금도 방역과 개인위생에 상당 부분 반영해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다. 교직원 전체 회의 등 각종 회의와 연수도 원격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계획이 많이 변화됐다.
팬데믹이 지나가더라도 앞으로 학교의 일 년은 바뀔 수밖에 없고 바뀌어야 한다. 이것은 학교 변화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위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다시 온 학교의 가을이 깊어간다. 학교 밖 상황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교 계획에 의해서 아이들이 같이 뛰어놀며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학교에서의 사계가 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