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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무더위도 어느덧 가시고, 낙엽이 하나둘 울긋불긋해지더니 짧은 가을이 가고 어느덧 입동을 지나 옷장 속 롱패딩을 준비하게 되는 추운 겨울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2020년 올 한해는 코로나라는 최악의 질병에 삼켜져 버린 한해였습니다. 누구나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한해였지만 이제 그런 2020년도 한 달여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외출이나 여행 등 삶의 활력이 되는 여가 활동도 여의치 않은 지금 클래식을 통해 힘들었던 올해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요?

클래식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집, 사무실, 버스 안이라도 겨울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을 추천드립니다! 같은 곡이여도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피아노 등으로 이뤄져 있는 곡들로 각각의 특징과 느낌을 잘 감상하며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곡은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사계' 중 '겨울'입니다.

사계절의 곡들을 떠올리면 단연, 비발디의 곡이 빠질 수 없습니다. 바이올린의 현란한 테크닉과 바삐 움직이는 선율들은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봄의 생동을 준비하는 겨울 또 다른 면을 잘 나타내는데요. 이 선율에 맡겨 마음만이라도 겨울 바다, 설산 등을 거닐어 보시죠.

1악장은 휘몰아치는 바이올린의 선율은 추운 겨울에 날카롭게 몰아치는 매서운 칼바람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밀 정도로 곡의 전개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이어지는 2악장은 가수 이현우 씨가 "헤어진 다음 날"이라는 곡에 샘플링을 해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곡으로 따뜻한 난로에 둘러앉아 몸을 녹이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온화한 악장입니다. 다시금 겨울의 마지막 동장군의 기승을 표현한 3악장은 긴박함과 눈보라가 휘몰아침을 느낄 수 있는 악장입니다.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은 이처럼 바이올린 선율만을 가지고도 아름답게 겨울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악장이 다른 악장들보다도 겨울을 잘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의 '핀란디아'입니다.

북유럽의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클래식과는 대조적인 느낌이 드는 이 곡은 차가우면서도 서늘한 느낌마저 드는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오케스트라의 화려하고도 풍부한 사운드 속에 웅장한 금관악기와 팀파니의 하모니는 초반에는 비탄함과 비장함마저도 감도는데요. 이어서 희미하게 밝게 느껴지는 멜로디는 지금 코로나 상황을 생각한다면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에게 조금이나마 밝은 희망의 기운을 주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 , 1843~1907)의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op.15'를 소개해드립니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나라,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의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지만, 첫 소절만 들어도 바로 아! 이 노래! 하며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유명한 곡입니다. 

팀파니의 웅장함과 함께 피아노의 첫 소절은 너무나도 파격적이면서 차가운 겨울의 기분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습니다. 이 곡을 눈을 감고 듣다 보면 겨울 숲 한복판에 놓여진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언컨택트' 즉, 직접 접하지 않은 채 무언가를 하고 경험하는 것들이 대두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언컨택트 사회에 클래식을 컨택트해 겨울을 접한다면 진정 '언컨택트한 겨울체험'을 완성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이 한 곡, 한 곡이 지친 우리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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