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대상 향한 곱고 따뜻한 마음, 감동과 위안 안겨줘"
"보잘것없는 대상 향한 곱고 따뜻한 마음, 감동과 위안 안겨줘"
  • 강현주 기자
  • 2020.11.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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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서덕출문학상]
본보가 주최한 '제14회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지난 17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이창건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김이삭·박선미·김미희 심사위원과 김진영 서덕출 문학상 운영위원장이 동시·동화 등 아동문학 후보 작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본보가 주최한 '제14회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지난 17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이창건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김이삭·박선미·김미희 심사위원과 김진영 서덕출 문학상 운영위원장이 동시·동화 등 아동문학 후보 작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울산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 선생의 삶과 작품세계,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아동문학가의 창작의욕을 높이고자 제정된 '서덕출 문학상'이 열네 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해마다 아동문학인 사이에서 권위를 더해가고 있는 '제14회 서덕출 문학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상순 작가의 수상 소감을 들어본다. 작품의 심사평과 심사위원들이 꼽은 수상 작품집 속 주요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 심사평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임에도 서덕출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제14회 서덕출 문학상에 투고된 작품집이 예년보다 더 늘었다는 것은 서덕출 문학상의 권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말이다.

이창건(한국아동문학인협회장)심사위원장을 비롯해 김이삭(동시인·울산아동문학회장), 박선미(동시인), 김미희(동시인), 김진영(시인·서덕출 문학상 운영위원장) 등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서덕출 선생의 생애와 문학적 업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본심에 임했다.

심사위원들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발간된 작품집 중에서 각자 5권씩을 추천해 본심에 회부하고, 5명이 추천한 작품집 중 중복으로 추천된 작품집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기로 했다.

먼저 창작을 위해 진통을 겪는 시인들과 수상의 기회를 나눈다는 데 의미를 두고 타 문학상 수상집을 제외했다. 두 번째로 시인의 더 나은 성장을 지켜보기 위해 첫 작품집을 제외했다. 그 결과 3권의 동시집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장단점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서덕출 선생의 문학정신뿐만 아니라 문학상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면까지 살펴서 한상순의 동시집 '세상에서 제일 큰 키'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세상에서 제일 큰 키'는 담백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시성(詩性)을 드러내었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향한 곱고 따뜻한 시인의 성향은 곳곳에 반짝거려 독자들에게 생각의 눈을 갖게 하며 감동과 위안을 준다. 또한 인간과 자연을 향한 사랑은 동심이 지향해야 할 세계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하며 연륜에 걸맞게 더 깊은 작품으로 동시단을 빛내줄 것이라는 믿음을 함께 보낸다. 서덕출문학상 심사위원회 위원 일동

■ 한상순 작가 수상소감
한 순간이 길게 여운처럼 남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여운이 희미해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더 또렷해질 때가 있다. 지금이 딱, 그렇다. "여기 울산신문사인데요. 서덕출문학상을…"

전화 받는 순간에는 멍했다가 전화를 끊고 나서부터 그 여운이 생생해지더니 밤 12시가 넘은 지금은 머리가 점점 더 맑아진다. 이러다간 밤도 샐 기세다.

내가 서덕출 시인을 만난 것은 몇 년 전 출판사 '푸른책들'에서 펴낸 동시집 '봄 편지'에서였다. 그 때 새삼 놀랐던 것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눈 오는 풍경을 볼 때마다 흥얼거리던 동요, 송이송이 눈 꽃 송이/ 하얀 꽃송이('눈꽃 송이' 부분)가 시인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서덕출 시인'하면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봄 편지' 부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두운 일제강점기에 척추장애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불운한 삶을 마치기까지의 고단함이 간호사인 내게 그대로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이 애잔한 마음이 참 오래 남아 있었는데 세상에나! 이런 내가 서덕출 문학상을 받게 되다니….

시간이 새벽으로 치닫는데 눈이 더 밝아진다. 이런 마술 같은 에너지를 내게 보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울산신문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큰 키'를 세상에 내준 도서출판 '걸음'과 먼 길 함께 걷는 글벗들에게 진한 사랑을 전한다.

△ 한상순 작가는
-1999년 자유문학에 동시 '풀꽃' 외 4편으로 신인상 수상.
-동시집 <예쁜 이름표 하나> <갖고싶은 비밀번호> <뻥튀기는 속상해> <병원에 온 비둘기> <딱따구리학교> <세상에서 제일 큰 키>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외 공저 다수, 그림책<호랑이를 물리친 재투성이 재덕이> <오리가족 이사하는 날> 출간.
- 황금펜 아동문학상, 우리나라 좋은동시 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 수상작 소개

# 힘쎈 봄

어느 날,
알통 굵은
고드름이 끌려갔다.

그 날,
오동통한
눈사람도 끌려갔다.

# 축구공이 뿔났다

내가 둥글둥글하다고
늘 둥글둥글하진 않아
나도 뿔날 때가 있거든

옆구리 터지도록 채였는데
골인 못하고
골대 맞고 튕겨 나올 때 있지?

그때가 바로
내가 뿔 날 때야

진짜 뿔나!

# 고래가 사는 집

바다에 가지 않아도 돼
고래를 만나기 위해.

바닷가에 우두커니 서 있지 않아도 돼
고래를 기다리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는 건 더욱 아니야
고래를 잡기 위해.

아주 쉽게 고래를 만나려면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오렴.

어?
벌써 아빠 오실 시간이네?

"딩-동"

딱, 지금이야!

"아니, 오늘도 술이에요,
술?"

술고래 아빠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엄마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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