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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화봉로 사거리에 들어선 동아청구아파트는 북구의 중심지 중 하나로 화봉시장 등 상업시설 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도 밀집된 주거단지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북구 화봉로 사거리에 들어선 동아청구아파트는 북구의 중심지 중 하나로 화봉시장 등 상업시설 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도 밀집된 주거단지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예부터 풍수지리상 마을이나 고을의 중심이 되는 산을 진산이라 불렀다. 울산의 진산은 무룡산이다. 마을을 지키고 생기를 불어 넣는 상징적 수호신 역할을 하는 천하의 명당이다. 무룡산 구릉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을을 이뤘고, 사람들은 마을 이름을 화봉동(華峰洞)이라 이름 지었다. 산봉우리가 겹겹이 뻗어 내린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동아청구아파트(북구 화봉동 542·상방로 81)는 화봉동 화봉지구의 중심에 있다. 무룡산 정상을 향하는 여러 산행 코스 중에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 중의 하나인 화동못 코스로 향하려면 어김없이 동아청구아파트를 경유해야 해 등산객들에겐 무척 친숙하다.

# 아파트 전체 정남향…하루종일 따뜻한 햇살
전체 14개동에 608세대인 이 아파트의 준공은 1994년 11월 30일, 올해로 27년이 흘렀다.
 1990년대까지 국내 건설업계의 골리앗으로 불렸던 동아건설산업(주)과 대구를 기반으로 1990년대까지 건설업분야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청구가 공동시공한 아파트다.

 '동아청구아파트'라는 명칭도 그래서 붙었다.
 동아청구아파트 준공을 전후해서 화봉지구는 대규모 아파트 주거단지로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상권 형성과 교통망이 갖춰지고 학교와 병원이 들어섰다.
 초중고등학교, 종합시장, 화봉공원, 효문운동장, 송정 박상진호수공원도 지척의 거리에 있다.

 인근에 공항이 들어선 탓에 화봉동 일원의 건물들은 고도제한에 묶였다. 그런 이유로 동아청구아파트는 최고층이 6층에 불과하다.

널찍한 아파트 안 도로가에는 적당한 거리마다 벤치가 놓여 있어 주민들의 쉼터가 된다.
널찍한 아파트 안 도로가에는 적당한 거리마다 벤치가 놓여 있어 주민들의 쉼터가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작은 불편은 의외로 큰 즐거움으로 되돌아 왔다.

 먼 발취서 바라본 아파트는 아담하고 아늑하다. 산장과도 같은 고즈넉함을 풍기는 까닭은 옥상층에 잇대어 붙은 지붕이 주는 이미지다. 올려다 보이는 소박한 갈색 기와들이 길게 지붕을 이루고, 아파트 전체가 정남향을 바라보고 선 풍경은 아름답다. 고층 아파트에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이 같은 풍경은 저층 아파트가 갖는 매력이자 특권인 듯하다.

 동아청구아파트는 승강기가 없다. 계단 위아래를 오가는 것이 조금은 버거운 일이지만 대신 이웃과의 정이 계단 층수만큼 쌓인다. 오르며 만나고 내려가며 담소를 나눈다.
 공항이 있어 소음 등 불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공항과의 거리가 적잖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취재가 이뤄지는 내내 아파트 단지에서는 청량한 새소리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 단지내 곳곳 벤치 설치 주민 쉼터로 안성맞춤
단지 내부는 구석구석 가을이 농익었다. 눈이 시리도록 빨간 단풍에다 흩날리는 은행잎들이 아파트의 운치를 더한다. 널찍한 아파트 안 도로가에는 적당한 거리마다 벤치가 놓여 주민들의 쉼터가 된다.

 11월의 어느 멋진 날 오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아파트입주자 대표들을 만났다.

 약속시간에 맞춰 이무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오영철 관리소장이 함께 사람을 반긴다.

 이윽고 김새움 동대표, 하옥자, 정명희 전 동대표가 하던 일을 제치고 달려왔다.

 현직 대표자회의 집행부 일행들이 생업 등으로 동석하기 어렵다는 소식에 그 자리를 매우기 위해 단숨에 달려와 준 이들이다. 그만큼 아파트에 대한 사랑이 많은 사람들임을 직감케 한다.

이무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오영철 관리사무소장, 김새움 동대표, 정명희·하옥자 전 동대표(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등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무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오영철 관리사무소장, 김새움 동대표, 정명희·하옥자 전 동대표(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등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무곤 회장은 1996년 동아청구아파트 준공과 함께 입주한 최고참이다. 동구 방어진에서 살다가 어디로 이사를 할까 고민하다 공기 좋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 높은 지금의 아파트를 택하게 됐다고 했다. 

 37년간 재직한 현대자동차를 퇴직하고 이어 북구 국민체육센터에서에 근무하다 올해 이마저도 정리했다. 직장 생활 틈틈이 동 대표를 맡아 4년간 활동했고,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2년간 회장직을 수행중이다.

 이 회장은 "아파트가 준공된지 오래되다 보니 환경개선에 무척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 때문에 사시사철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고 하는 아파트 조경에 남다른 공을 들여온 것 같다"면서 "우리 아파트는 특히 주민들 간 소통이 무척 잘 되는 곳이라 회장직을 맡아하는데 무척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내년부터는 기존 14개 동을 대표하는 동대표 조직을 반을 줄여 7개 동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아파트 주민들의 권익을 위한 동대표회의의 현실적 고충을 해소하고 내실을 기하자는 차원에서다. 이를 기초로 20일까지 입주자대표회의 조직 구성을 위한 선거가 실시된다. 이들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 이 회장은 다소 홀가분한 입장이 되지만, 언제든 든든한 후견자의 위치에서 아파트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김세움 101동 동대표는 2016년 12월, 결혼과 함께 달콤한 신혼살림을 동아청구에서 차린 젊은 주자다. 김 동대표는 "우리 아파트는 명당이다. 대형마트가 가까이 있고 버스 정류장도 가깝고, 아파트 단지가 조용하고 아늑하다. 아파트 최고층이 6층이기 때문에 승강기가 없어 생기는 불편함도 있지만 운동도 되고 좋다. 입주민들이 서로 공중질서도 잘 지키며 이웃 간 사소한 분쟁도 없는 정말 매력적인 아파트다"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부녀회 활동에 이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동대표를 한 하옥자 201동 전 동대표는 "아파트 뒤편으로 무룡산이 있어서 시간이 날 때면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나선다. 게다가 아파트 주변에 상가 등 각종 편의시설이 널려 있어 생활 하는데 너무 편리한 아파트다"고 흡족해 했다.

 정명희씨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동 대표로 활동하는 한편 부녀회도 이끌었다.
 정명희 전 동대표는 "아파트 중앙통로가 무척 넓고 좌우로 벤치가 놓여 있어 주민들과의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모과나무 등 유실수들이 많아 주민들이 나눠 갖는 등 정이 많은 아파트다"면서 "아파트 주변에 상권, 은행, 학교 등이 근접해 있어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특히 아파트 전체가 정남향으로 있어 하루 종일 햇살이 들어오는 등 주거환경이 그만이다.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가도 아파트 주민들의 정이 그리워서 다시 되돌아온 사람들이 10가구도 넘는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가로변 무단주차 방지를 위해 오뚜기 표지판 대신 설치한 화분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가로변 무단주차 방지를 위해 오뚜기 표지판 대신 설치한 화분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 도로가 화분 행렬 무질서한 주차 해소
아파트 단지에는 또 다른 자랑거리가 여럿 있다.
 단지 자치회 사무실로 쓰던 공간이 지난 2018년 12월 경비노동자 휴게실인 쉼터로 탈바꿈했다. 북구 노사민정협의회가 노동인권지킴이 양성캠페인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사업으로 아파트 단지 내 경비노동자들의 편안한 휴게공간으로 제공됐다.

 단지에는 또 아담한 크기의 화분들이 중앙로 변에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다. 도로가의 무질서한 주차를 막기 위해 몰개성적인 오뚜기 표지판을 없애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아이디어를 내고 아파트 내 송정유치원(원장 최은희)이 화분을 지원하면서 아파트의 운치를 더 해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지만 감사를 맡고 있는 모호순 씨가 주민들을 위한 기타교실을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열어 주민화합을 도모하기도 한다.

 오래된 만큼 주민들의 정감이 넘쳐나는 구수한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동아청구아파트다.
 전우수기자 jeusda@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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