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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지역 전경.
울산 남구지역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울산 인근 부산·대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자마자 울산으로 투기성 매수 문의가 이동하면서 가격이 부푸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 아파트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지자 그동안 30~40대가 주도해온 '공포의 사재기'가 20대로 번지면서 '패닉바잉' 현상이 젊은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울산을 "예의주시하겠다"며 던진 경고 메시지가 오히려 울산을 '투자대상지역'으로 찍어준 것이나 다름없게 돼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부산·대구 규제에 울산 매수 문의 폭증
22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부산(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대구시 수성구·경기 김포시 등 7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규제에서 제외된 울산으로 투자자 관심이 쏠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남구 옥동 동덕현대(대공원현대) 전용 84.825㎡는 정부 발표가 있던 날 4억 5,000만원에 팔려 지난 5일 기록한 이전 최고가(4억원·2층)를 단숨에 경신했다. 남구 신정동 신정현대홈타운 3단지 전용 84.96㎡도 같은 날 3억 9,000만원(22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발표가 나자마자 울산으로 부동산 투자금이 이동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에 매수하겠다는 외지인 투자가 급증했는데 매물이 없다보니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울산의 아파트값 상승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호가를 올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구 신정동 문수로아이파트 2차 2단지 전용면적 84.94㎡는 지난달까지 최고가가 11억 9,000만원(15층)이었는데, 19일에는 15억원(2층)까지 호가가 올랐다.

울산으로 투자금이 급속도로 이동하면서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와 대구 수성구는 매물이 쌓이고 매수 문의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전용 73.92㎡는 지난 17일 13억 6,000만원(8층)까지 올라 매매됐으나 현재는 호가가 13억 2,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아이파크 전용 84.97㎡는 지난 19일 4억 2,500만원(9층)에 팔려 지난 16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4억 4,500만원·10층)보다 2,000만원 빠졌다.

때문에 정부가 "예의 주시하겠다"며 울산을 즉각 규제하지 않고 다음 타겟으로 지목한 것이 되려 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 남구의 매매가격은 6·17대책 이후 21주 동안 각각 6.6%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산 동래구(5.3%)와 연제구(4.9%) 상승률보다 오히려 높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해당 지역의 가격 하락세를 고려해 이번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했다.

# "정부가 오히려 투기 부추긴 꼴" 지적도
울산은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도  피해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0일 김포시(통진읍, 대곶·월곶·하성면 제외)와 부산 남·연제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 추가 지정은 전날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지역에 대한 후속 조치로 단행됐다. 애초 부산 해운대·수영·동래구와 대구 수성구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이었다.

울산은 전국 최고 분양가격을 기록하고도, 정부의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지면서 분양가 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HUG가 민간아파트 분양동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울산시의 3.3㎡당 새 아파트 분양가는 1,380만원였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울산은 33.22%나 올랐고, 오름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다.

실제 올해 5월 분양됐던 동구 지웰시티 자이 1단지는 전용면적 84㎡ A타입의 분양가가 4억 2,130만~4억 6,170만원 선이었지만, 9월 분양된 남구 번영로 센트리지의 같은평형은 4억 9,450만~5억 5,770만원 선에 분양됐다. 몇개월 사이 같은 지역의 새 아파트 분양가가 수천만원이나 폭등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울산 분양현장에는 수요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부동산114에 집계를 보면 올해 1~10월 울산지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울산 20.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2.6대 1)보다 7.8배로 급등한 수치다.

특히 남구 '문수로대공원 에일린의 뜰'은 309.8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부산의 해운대나 대구 수성 지역 아파트를 밀어내고 지방 5대 광역시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역의 또다른 공인중개인은 "정부가 울산과 천안, 창원을 '투자대상지역'으로 찍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는 '영끌' 매수도 심화되고 있다. 주택 매입 주연령층이 30~40대 뿐만 아니라 20대 이하까지도 '패닉바잉' 행렬에 동참하고 나섰다.

한국감정원이 22일 내놓은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울산의 20대 이하가 매입한 아파트는 135가구로, 한달 전인 9월(84가구)보다 60% 이상 급증했다.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비율이 전연령대 매입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5.1%에서 6.4%로 1.3%p나 증가했다.

아파트 매입을 주도하는 40대(26.8%→28.5%)와 노후를 준비하는 60대(8.8%→11.8 %)는 증가했고, 나머지는 모두 감소했다. 30대는 31.8%에서 28.7%로, 50대는  21.4 %에서 20% 로, 70대 이상은 2.1%에서 0.8%로 줄어들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20대 이하는 축적된 자산이 아직 적기 때문에 이들이 아파트를 구매하는 돈은 대부분 부모 세대에게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며 "주택 시장이 불안해지자 부모들이 본인의 노후 준비도 제쳐두고 '자녀 집 마련하기'부터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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