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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UCL)이 올해 초 후각 상실을 경험한 59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약 80%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중 40%는 후각 상실 이외에는 다른 증상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외 코로나 환자의 85.6%가 후각장애를 호소했고, 국내에서도 후각장애를 호소하는 코로나19 환자가 늘고 있다.

후각장애는 후각이 완전히 상실되거나 잘 맡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장애부위에 따라서 전도성 또는 호흡성, 말초신경성, 혼합성, 중추성 등으로 분류한다. 보통 후각뿐만 아니라 맛을 느끼는 미각(味覺)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삶의 질이 확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상 생활에 있어서 후각은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뿐만 아니라, 위험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면 집안에 화재가 발생하면 타는 냄새를 맡는다든지, 유통기한이 지난 상한 음식물을 섭취하기 전에 썩는 냄새를 맡고 먹지 않는 경우 등이다. 후각기능이 완전할 때는 미리 주의하고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의 경우 이러한 위험상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후각장애의 유병률(有病率·prevalence)이 증가하고 있으며,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알레르기비염, 상기도 감염, 부비동염 등에 의해 후각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인한 후각장애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우울증, 자폐스펙트럼 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의 문제로도 발현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기저질환이 원인이라면 해당 질환을 찾아 먼저 치료해야 한다.

비부비동(鼻副鼻洞·nasal sinuses) 질환이 원인인 경우에는 주로 경구 및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비중격(鼻中隔·nasal septum) 교정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제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바이러스감염이나 두부 외상이 원인이면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후각장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염·부비동염·감기가 원인일 경우에는 한의치료가 매우 효과적인데,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해도 호전이 없다면 한의학 치료를 시행한다. 한약·뜸·침·후각 재활 치료를 통해 후각상피 세포의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후각신경의 재생을 촉진한다. 후각장애의 한의치료는 이미 임상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감기로 인한 후각장애가 발생할 경우 보통 자연 경과로 1년 후 30% 정도 회복하는데, 한의치료를 시행할 경우 3개월 전후로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한약과 코 주변의 침·뜸 치료는 코점막의 부종을 완화하고 부비동의 환기를 개선하며, 후각신경세포으 재생을 돕는다.

또한 항염증 효과가 있는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 증류액을 비강 내에 점적해 후각세포가 분포된 영역을 자극해주는데, 이런 후각 재활훈련은 여러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치료법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향으로 후각 재활훈련을 실시한 환자군에서 후각개선효과가 더 큰 것으로 관찰되기도 했다. 

후각세포의 회복은 서서히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치료 반응에 따라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전문가의 지도를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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