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에 늦가을 비가 내렸다. 11월 중순 즈음 내리는 촉촉한 가을비를 상상했으나, 달력을 다시 짚어볼 만큼 이상한 비였다. 장대같이 퍼붓는 비에다가 천둥에 돌풍까지 몰아치는 창밖을 보며 '가을에 이런 비는 처음 본다'라며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날씨가 왜 이럴까? 2018년에는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사상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고, 2019년에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2019년에 발생한 29개 태풍 중 7개가 가을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평년의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올해는 어땠는가? 봄부터 기온이 널뛰기를 하듯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여름에는 맑은 날 찾기가 힘들 정도로 역대 최장 장마기간을 기록했다.
100년, 200년 후 굳이 먼 미래를 보지 않더라도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역사상 자연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후는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활동으로 인한 것으로 생태계가 적응 가능한 속도를 능가하여 점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 기온은 약 1℃ 상승했는데 단 1℃ 상승만으로도 지구는 각종 자연재해를 비롯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기후학자들은 앞으로의 기후변화는 더 가속화되어 10년 내 지구 기온은 1.5℃가 상승하고, 2100년까지는 4℃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현재 기후는 그야말로 '기후위기'인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고민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이 참여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맺었다.
이날 인류의 생존을 위한 지구 목표온도를 설정하고, 국가별 자발적 감축목표 설정, 탄소 감축 이행 검토,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기후대처기금 지원 등이 담긴 '신기후 체제'(Post-2020) 합의문을 채택했다.
또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 중립' 목표도 제시했다. '탄소 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 정부는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목표로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도시-주거 공간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 중구에서도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기후변화 취약계층 이용시설인 경로당 및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쿨루프(Cool roof) 사업, 녹색커튼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며, 정원도시 만들기 및 도시숲 조성 등 도심 녹지 확대로 탄소 저감을 꾀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기후변화 적응대책과 연계하여 우리 중구만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2021~2025)'을 수립하여 건강, 재해/재난, 물 관리, 생태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구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다양한 정책과 더불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그 답은 '생활 속 실천'이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또는 선생님께 줄곧 들어왔던 '실천' 말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물의 양을 줄이고, 적정한 내부 온도 설정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 음식은 적당한 양만 준비하여 되도록 남기지 않도록 하고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 타기나 걷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물건 재사용·재활용하기 등 요즘 말로 '자발적 불편함'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연간 사용하는 티슈는 약 13kg으로 하루에 27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한다. 손수건을 사용하게 된다면 연간 화장지 사용을 20% 줄일 수 있고, 이것은 연간 42만3,900그루의 나무를 살리고 평균 6,236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과 같다.
사소한 실천이 습관이 되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힘이 되듯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지금 '자발적 불편'을 실천해 기후변화로부터 일상을 지켜낼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