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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2단계 팬데믹 상황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지나 싶었는데 지난주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불안한 시기에 울산의 또 다른 마음 아픈 이슈가 아동학대와 관련한 뉴스들이다. 
 
필자도 30년 가까이 유아교육에 몸을 담은 사람으로서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무엇보다 유아교육 강단에 오랫동안 섰든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이 글을 써본다.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선 온 동네가 나서야 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 아이들의 문제는 모두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학대 원인을 규명해 정부와 지자체도 나서야 한다. 물론 부모와 유아기관과 교사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저 출산 위기 상황에 우리의 희망인 영·유아들을 위해 정부에서나 지자체에서도 구경만 할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모나 교사 기관장들은 교육관과 양육태도를 다시금 되돌아보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할 시점이다. 
 
최근에 벌어지는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서 우선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물론 학대를 한 교사의 잘못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게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도 문제다.
 
유치원을 예를 들어보자. 병설 유치원은 정규시간 14시에 마치면 방과후 전담과 특별활동 강사가 와서 시간별 활동이 이뤄진다. 이후 시간은 담임교사와 상관이 없어진다. 담임은 이 시간 이후 쉴 수 있고 그날 교사 수업과 아이들 발달과 활동을 평가할 시간의 여유가 생겨 오후 5시면 퇴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립과 민간은 종일반이 전체 인원에 가깝다 보니 반마다 방과후 선생님을 채용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공립은 한 원아당 120만원의 운영비를 국가로 부터 지원받고 사립은 종일반 모두 포함해 22만원, 종일반 7만원, 학부모 부담 20만원~30만원 등 총 최고 60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 공립의 절반으로 사립 유치원이 운영하는 형편이다.
 
그래도 모든 교직원들이 알뜰 살뜰 낭비하지 않고 근검절약하고 원장 원감이 1인 다역을 하면서도 가정처럼 평온하고 엄마의 마음으로 따스한 온기로 정성을 다해 지도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부모들도 유치원 선호도 조사는 동등하게 지원할 경우 공립보다 사립이 높다.
 
종일반 특활 활동비 한 명당 7만원으로 교재비 강사비로 지출하면 방과후 교사 인건비는 결국 원 운영비에서 지출해야 하고 열악한 유치원들은 인원수가 부족하니 결국 강사비도 부족한 현실적 문제에 놓이게 된다. 유아들이 없는 지역은 운영이 더욱 심각하다.
 
또한 사립에 맞지 않는 에듀파인으로 원장 원감은 교사 지도 및 아이들 돌봄에 도와줄 시간이 없는 형편이다. 본인이 집행하는 것을 기안하고 실행하는 집행 절차를 받아야 하니 너무 많은 업무에 하루 종일 공문 작성하다 퇴근하기 일쑤다. 그나마 집에까지 갖고 가 해야 하는 업무에 시달리는 것이 오늘의 사립유치원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감들은 이 같은 불합리한 행정적 문제를 성토하고 행정지원을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울산의 출산율이 0.96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신축 아파트가 입주하지 않는 지역의 유치원들은 운영 자체가 심각하다. 유아가 줄어들고 지원이 적다 보니 한해 어린이집 울산시 전체 폐원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019년의 경우 약 85개 정도가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남구가 40%다.
 
올해 상반기 현재 울산 64개 중 남구 22개원이 벌써 폐원했고 내년 2월이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분명히 나와야 한다. 폐원 직전까지 몰려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결국 유아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관리를 담임이 책임져야 한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두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유아교육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열정으로 유아교육에 힘쓴 원장과 교사들이다. 일부 원에서는 원장 본인의 인건비조차 제대로 못 받고 헌신해 왔다. 부족한 운영비로 기사, 요리보조, 보조교사 등 일인 몇 역을 하면서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워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이 같은 일선 원들의 재정적 행정적 문제가 유아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현실에서 유아교육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흘러가고 있다. 업무에 지치고 사람에 얽힌 원장과 교사들은 신이 아니다. 몸 상태가 나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마음대로 쉴 수도 없는 것이 사립과 민간이 운영하는 유아교육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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