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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동구 남목 버스정류장 의자에는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보다 서서 기다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왼쪽). 휑한 동구 버스정류장 의자와 달리 울주군 범서읍의 한 버스정류장 온열의자는 인기가 넘쳤다.
30일 동구 남목 버스정류장 의자에는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보다 서서 기다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왼쪽). 휑한 동구 버스정류장 의자와 달리 울주군 범서읍의 한 버스정류장 온열의자는 인기가 넘쳤다.

"버스정류장에 온열의자가 있으면 앉아서 버스를 기다릴 수 있으니 좋은데, 동구에는 없으니까 힘드네요" 

찬바람 부는 겨울이 찾아오면서 온열의자 여부에 따라 울산지역 주민들의 출근길 풍경이 갈리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추위를 대비해 지역 버스정류장에 온열의자를 설치하고 있는데, 재정형편에 따라 설치를 하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30일 아침 최저기온이 2도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겨울 날씨에 접어든 울산 동구 남목의 한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해당 정류장은 지역의 교통 요지라 정류장 규모도 2배 정도 크고 의자도 여럿 설치된 곳이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자리가 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서있었으며, 추위를 이기기 위해 팔짱을 끼거나 발을 구르기도 했다. 

왜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차가우니까 엉덩이가 시려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송동에 거주하는 이모(65)씨는 "버스정류장에 온열의자가 있으면 앉아서 버스를 기다릴 수 있으니 좋은데, 동구에는 없으니까 힘들다. 괜히 앉으면 한기가 돌아서 배가 아플 때도 있다"면서 "바람을 막아주는 비닐막이라도 설치해주면 좋겠다. 겨울이라 너무 춥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같은 날 울주군 범서읍의 한 버스정류장 의자는 인기가 넘쳤다. 너도나도 온열의자에 앉아 몸을 녹이느라 좁은 의자는 금방 가득 찼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온열의자는 겨울철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따뜻해진다. 운영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로, 발열판의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몸을 녹여준다. 

울산지역에 온열의자는 지난 2018년부터 도입됐다. 남구는 지금까지 2억원 가량을 들여 공업탑 등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 총 30곳에 온열의자와 에어커튼을 설치했다. 

울주군은 158곳에 4억7,000만원 정도를 투입해 온열의자를 설치했으며, 북구도 최근 북구청 남문 버스정류장 등 63곳에 설치 완료했다. 그러나 설치비와 더불어 유지비도 만만치 않은 탓에 재정형편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설치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같은 울산 시민인데도 복지가 차이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버스정류장에 선풍기나 난방기구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동구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존의 벤치에 열선을 까는 게 아니라 뜯어내고 아예 새로 설치해야 하다보니 온열의자 한 대당 25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바람가림막이라도 시범설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구도 "온열의자는 예산이 많이 들어서 못하고 있으나, 올해 버스정류장에 에어커튼과 선풍기를 설치했으며 겨울에는 바람가림막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가람기자 kanye218@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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