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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마

                                                                  김인숙

당신이라는 나라에 가기 위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체온이 끓어오르고 있어요
이렇게 온몸에 불을 붙여 상승하다 보면
언젠간 재만 남게 되겠지만
뭐, 어때요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접근하는 방식인 걸요

범접하기엔 차마 먼 빙벽처럼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 꼭 그만큼의 거리에서
당신은 굳게 닫혀 있군요
평생을 치받아도 동요하지 않는 당신을
지축(地軸)이라 불러도 될까요
고독이라 불러도 될까요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는 천공(穿孔) 속의 당신

당신이라는 나라에 닿기 위해
나 오래전부터 화려한 분신을 꿈꾸었지요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불을 품고 살았지요

틈을 보여주세요
화려한 분출을 보여드릴게요 

△김인숙 시인 : 강릉 출생. 성신여대. 2012년 '현대시학' 등단. 2017년 '시와세계' 평론 등단.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열린시학상,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등 수상.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역임.

박정옥 시인
박정옥 시인

시가 열리지 않는다. 굳게 닫은 마음의 빗장이 풀리지 않는다. 누구 탓인가.
시인은 내면으로부터 앓고 있는 몸살에 '온몸으로 끓고'있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하나의 어떤 선택에 대해 열렬해지는 마음을 끓어오르는 용암이 대변하고 있다.

평생이 걸려도 좋을 끓어오름, 하나쯤 마련하자. 기본은 누구나 갖고 있다. 먹고 자고 입고를 해결하는 것. 이것을 해결하게 되면 다가오는 숙제가 있다. 나는 무엇인가, 숙제를 풀어가야 하는 과정이 다가온다. 그 중 손쉬운 것이 마음에 닿는 책읽기다. 책을 따라서 세상을 구경하며 사는 길이 있다. 사람마다 각양각색의 색들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것에 보태서 자기의 무거움을 잘 지고 가라는 말도 함께 동행시킨다. 내 무거움의 색은 어떤 것이어도 변함은 없다. 보여질 뿐이다.

나의 당신이 틈을 보인다면, 받아 준다면, 감동보다 커다란 아수라 혼돈 속에서 생사를 마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틈을 보여주지 않는 빙벽 같은 당신의 태도는 싸늘하다. 도무지 열리지 않는 상대를 향하여 전신으로 열원熱願할 때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모습에서 고독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벌겋게 녹아서 흘러 넘쳐도 좋을 것이다. 원 없을 것이다.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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