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라는 미중유의 사태로 모든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울산신문은 올해도 서덕출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는 문학상 14년을 맞아 전국 아동문학가들과 단체 등에서 더 많은 작품들이 응모해 왔다. 아마도 비대면 시대, 코로나19로 인해 아동문학의 수요와 창작은 더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로 울산신문이 서덕출문학상을 제정한지 14년이 됐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임에도 서덕출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제14회 서덕출 문학상에 투고된 작품집이 예년보다 더 늘었다는 것은 서덕출 문학상의 권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말이다.

이번 문학상은 응모작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 예심부터 뜨거웠다. 이창건(한국아동문학인협회장)심사위원장을 비롯해 김이삭(동시인·울산아동문학회장), 박선미(동시인), 김미희(동시인), 김진영(시인·서덕출 문학상 운영위원장) 등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서덕출 선생의 생애와 문학적 업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본심에 임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까지 발간된 작품집 중에서 각자 5권씩을 추천해 본심에 회부하고, 5명이 추천한 작품집 중 중복으로 추천된 작품집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 논의와 논의를 거듭한 끝에 한상순 시인의 동시집 '세상에서 제일 큰 키'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세상에서 제일 큰 키'는 담백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시성(詩性)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향한 곱고 따뜻한 시인의 성향은 곳곳에 반짝거려 독자들에게 생각의 눈을 갖게 하며 감동과 위안을 준다는 심사위원단의 평이다. 수상작가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울산과 서덕출이라는 이름은 참 오랫동안 잊혀져왔다. 울산의 서덕출이라는 이름보다는 눈꽃송이 등 서덕출 선생의 동요가 세상에 훨씬 먼저 알려졌다. '송이송이 눈꽃송이'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동요 '눈꽃송이'는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는 동요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랫말을 지은 동요작가 서덕출 선생은 잘 모른다. 그만큼 서덕출이라는 이름은 우리 아동문학계에서 저평가돼 왔다. 이는 아마도 서덕출 선생이 중앙무대에서 활약하지 않았다는 점과 불구의 몸으로 요절하는 바람에 많은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것에 이유가 있다고 짐작된다.  

서덕출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바로 울산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서덕출 선생의 동시는 70여 편으로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봄편지'를 비롯해 '봉선화' '눈꽃송이' '산 넘어 저쪽' 등 시를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동시 '봄편지'는 1960년대 초반까지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바로 그의 문학과 생애를 조명하고 이를 계승하기 위한 서덕출문학상이 울산에서 벌써 14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제 대한민국 아동문학계에서 서덕출문학상은 권위와 명성을 더해가는 문학상이 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출신인사들의 이름을 딴 거리나 공원, 기념관을 갖고 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지역민의 애향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 창구로서의 기능까지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부 도시들이 자신들의 출향인사를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도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지역민의 애향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 창구로서의 기능을 해나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울산신문이 서덕출문학상을 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울산이 낳은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에 대한 연구와 기념사업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조합을 이룬다. 그중 특히 중요한 건 사람과 기획의 뒷받침이다.

서덕출 문학을 재해석하는 한편 이를 외부로 확장하는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서덕출 없는 서덕출 기념사업'이 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서덕출이란 문학인을 기념한다는 원칙과 이를 지역 정체성과 결합하는 노력은 필수다. 그동안 울산에선 문학상 뿐 아니라 서덕출문학제, 창작동요제, 봄편지 백일장·사생대회, 서덕출공원문화제, 봄편지 노래비 등 다양한 사업이 있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서덕출 문학의 과거에 갇힐 것이 아니라 그의 문학이 21세기를 사는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첫째 그의 문학은 아동문학으로, 아동순결주의에 갇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고 장애인으로 평생을 산 선생의 처지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문학적 창구다. 서덕출 선생이 가진 지역성과 생명의식, 공동체 의식을 부각해 울산 중구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 전역으로 확산해 울산의 문화자산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울산신문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는 도시, 아이들의 동심이 노래로 흘러나오는 도시, 문화시민들이 내고장 울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