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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국가정원 지정과 함께 태화강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그 핵심은 그동안 태화강을 단지 관람용 강에 머물게 했다는 반성으로부터 출발했다. 강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강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콘텐츠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울산시의회에서 나왔다.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김미형 의원은 울산시에 대한 서면질의에서 "국가정원으로 다시 탄생한 태화강에서 조정과 카누 등 친환경 수상스포츠를 활성화하려면 강 준설, 접안시설 개선 등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조정과 카누 등 두 종목의 수상스포츠는 태화강 번영교에 장비를 보관하는 등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조정은 시민 대상 무료 체험 교실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조정 보트를 강에 접안시키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화강에서 수상스포츠 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울산교와 태화교 주변의 강바닥을 준설하는 등 울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몇 해 전에 울산시가 5, 6인승의 에어보트를 태화강에 운행하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수륙양용 보트 제조업체와 손잡고 시작한 이 계획은 슬그머니 사라졌지만 태화강의 유람선 문제나 보트 카누 조정 등 강을 활용하는 문제는 늘 지적되어온 사안이다.

당시 울산시는 남구 태화교 아래에 선착장을 설치해 태화교, 울산교, 번영교, 명촌교 등 4개 교량 아래를 통과해 울산만 앞까지 에어보트를 2㎞ 이상 운항할 방침을 세웠다. 이번에 울산시의회에서 제기된 문제도 바로 그 당시 이야기됐던 부분의 연장이다. 

태화강을 강으로만 놔두지 말고 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온 사실이다.

울산은 태화강을 모태로 형성된 도시다. 강을 가진 도시는 풍요롭다. 아침나절 태화강변을 걸어 본 시민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울산은 복 받은 도시다. 강안의 안개가 운치를 더하는 아침이면 강심 저편으로 반사되는 햇살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전한다. 잘 가꿔놓은 둔치와 4계절 변화하는 숨 쉬는 자연은 도심 속의 생태공원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태화강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오·폐수와 등 굽은 물고기가 떠오르는 '죽음의 강' 태화강이 전국은 물론 세계의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빚은 그늘이자 울산시민들의 희생의 상징이었던 오염된 태화강이 '생태 환경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울산시와 시민의 의지가 모여 수년간의 투자와 노력으로 일군 성과다. 태화강은 울산의 젖줄이다. 강의 역사는 울산의 역사와 함께  한다.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문명이 발원하고 문화와 예술이 피어났다. 태화강 일대는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와 설화와 문학이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태화강의 활용과 이를 통한 도시 이미지 극대화를 꾀할 시점이다. 

태화강처럼 오염의 상징에서 생태환경의 상징으로 변모한 강이 바로 라인강이다. 라인강은 스위스 알프스 산지에서 시작하여 유럽에서 가장 공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지나 북해로 유입된다. '라인강의 기적'이 독일의 부흥을 나타내듯이 라인강은 독일을 상징하는 강이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된 독일은 라인강을 하수구화 했고 그 결과 연어가 사라지고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강이 됐다. 라인강의 수질이 악화되자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수자원을 잘 이용하고 보호하기 위해 1963년 '국제 라인강 수질 오염 방지 위원회'를 만들어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산업 폐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수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부의 지원도 활발했다. 결과적으로 라인강은 민관이 하나가 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각협력이 가시화돼 하나씩 옛 모습을 되찾아 갔다. 라인강의 복원은 문화의 복원으로 이어졌다. 인공보나 제방이 무너지고 물길이 살아나면서 유람선이 떴고 고성과 명소가 '스토리텔링'으로 강물에 녹아 흐르면서 이제 라인강은 유럽 최고의 유람선 관광코스가 됐다. 특히 강가의 여러 지역은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돼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라인강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과 오토캠핑으로 강과 함께 며칠을 보내는 체험형 관광을 하고 있다.

이제 태화강에 대한 종합적인 친수레저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강을 활용한 관광 상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도시 이미지 제고는 물론 환경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강을 그대로 두고 보존하는데 치중하면 강과 도시는 공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강의 활용은 시민이 강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람선이든 카누든 용선이든 시민들이 강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관광객들이 태화강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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