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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할머니
칭찬할머니

어린 시절, 성탄절 무렵이면 산타를 무척이나 기다리고는 했습니다.
산타가 선물을 갖다준 적이 없어 해마다 실망에 빠지고는 했었지요.
올해는 성탄절에 와야 할 산타 할아버지가 코로나19 때문에, 2주 뒤인 2021년 1월 9일에 온다는 이야기에 피식 웃게 됩니다.
아이들이 이 글을 읽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산타할아버지는 코로나19가 유행인 걸 알고 있으니 2주 앞당겨 출발해서 25일 성탄절에 틀림없이 오실 겁니다.

올해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대신 고추잠자리와 웃는 할머니가 그려진 동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늘 넉넉하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조영남 선생님의 두 번째 동시집 '칭찬 할머니'입니다. 조영남 선생님은 아주 작은 산골에서 자랐는데, 사람 친구보다 나무 친구, 풀꽃 친구들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이 동시집은 제1부 '만나게 묵어' 제2부 '솔방울 3대' 제3부 '친구들이 내게 오게 하는 방법' 제4부 '노는 건지 싸우는 건지' 등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48편의 동시가 담겨 있습니다.

# 칭찬 할머니

우리 할머니에게는
칭찬 주머니 있다.

비 오면
비 참 잘 온다
칭찬하시고

바람 불면
바람 참 잘 분다
칭찬하시고

일찍 일어나면
사람이 부지런해야
잘 살 수 있는 거여
칭찬하시고

늦잠 자면
푹 자야
키가 쑥쑥 크는 거여
칭찬하시는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 만나면
모두 기분 좋아진다.

칭찬 주머니를 가진 할머니가 아니라도 어릴 때는 할머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저는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늦은 나이로 저를 낳은 엄마가 거의 할머니뻘이었지요. 제가 무엇을 하든 듬뿍 칭찬해주던 엄마를 곁에 두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참 복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산타한테 선물은 못 받았지만, 칭찬해주던 부모님 덕분에 이렇게 아동문학가가 되었으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니 칭찬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 눈

조용하다.
부드럽다.

그러나
엄청 세다.

바람도 못 이기는
대나무도
눈에게 진다.

그리고
세상을 다 덮어버린다.

서울에 사는 딸이 오늘 눈이 왔다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그 누구보다 힘센 눈! 한 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눈처럼 조영남 선생님의 동시도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읽을수록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때요? 읽으면 마음이 푸근하고 느긋해지는 동시집! 한 마리 키워보지 않으실래요.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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