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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변방으로 치부되던 울산 북구가 새로운 신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울산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북구는 유일하게 인구 증가를 기록하고 신규 아파트 건설과 젊은층의 유입 등으로 도시 전체가 활기를 띄고 있다. 여기에다 울산 북구는 파면 팔수록 울산은 물론 한반도 철기문화의 뿌리가 서린 특별한 장소성 때문에 문화유산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이 정세균 국무총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달천 아이언 파크 조성 사업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구청장은 정세균 총리에게 북구 달천철장의 역사적 위상을 설명하고 지역 정체성 확립을 위해 상징적 테마형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북구가 추진하는 청기문화 테마 콘텐츠는 달천 아이언 파크 조성이다. 이 사업은 사업비 150억원을 투입, 철장 옆 미술관과 달천철방, 달천책방 등 테마형 문화 공간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정 총리는 "달천철장 아이언 파크는 역사성을 가미한 사업으로 문화관광부에서 챙겨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반응이 립서비스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정부가 제대로 바라봐야 할 지점은 한반도 철기문화의 뿌리다. 그 중심에 울산 달천철장이 있고, 쇠부리소리와 철기문화의 흔적들이 끈끈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반도 철기 문화의 뿌리인 달천철장은 변방의 작은 부족국가연합체였던 신라를 한반도 첫 번째 통일국가로 만든 심장이었다. 바로 이 달천철장의 주인공이 석탈해다. 석탈해와 철기문화, 그리고 이를 바탕에 둔 신라의 영광은 현대로 이어져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수로 거듭났다.

엄청난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울산의 철기문화는 아쉽게도 여전히 재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깊은 연결고리가 있는 철기 문화를 더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관리 지원해 내실화를 다져야 하지만 기초단체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간 북구는 쇠부리축제부터 시작해 달천철장 내 콘텐츠 개발, 제철 복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사업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달천철장 복원과 함께 한반도의 철기 문화를 울산과 연계해 가는 작업에 있어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달천철장은 울산시기념물 제40호, 울산쇠부리소리는 시 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돼 있는 만큼 울산시 사업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철기 문화를 제대로 살려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만들고 지역의 역사와 연관 지어 역사스토리텔링화를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 울산이 지니고 있는 철기 문화 유산을 브랜드화해 무한한 활용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하도록 하는 부분은 정부지원이 절실하다.

여기서 바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앞으로 달천철장을 어떻게 복원하고 철기문화의 정체성을 어떤 식으로 울산의 문화원형으로 정립해 나가느냐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이는 한반도가 가진 철기문화의 상징성과 그 뿌리를 울산에서 제대로 정립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와 철기문화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 일대의 고대문화적 위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이 부분은 울산이 한반도 철기문화의 심장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증좌가 달천철장이고 불매질로 노동요로 이어진 유전인자가 울산의 땅과 사람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 석탈해로 시작된 울산의 철기문화를 이야기하며 아이언로드의 복원을 주장하면서 달천철장 일대는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되는듯했다. 제철역사관과 체험관, 전시관, 쇠부리축제장 등이 만들어지고 시베리아와 일본을 이어주는 아이언로드를 만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무지한 문화재청과 복지부동의 행정은 시늉만 하고 페인트칠만 두루뭉술하게 발라버렸다. 울산의 달천철장은 그렇게 함부로 분칠할 장소가 아니다. 한반도 철기문화의 원형이자 해양문화와 대륙문화가 철기로 융합된 인류문화의 보물창고다.

철장은 철의 원료인 토철이나 철광석을 캐던 곳을 말한다. 울산의 달천철장은 그 기원이 무려 기원전 20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문헌 삼국지 위지 동이전과 후한서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한반도의 철기문화는 중국 한나라 이후 중국 대륙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울산 달천 철장의 야철장 등 유적 발굴 이후 역사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의 놀라운 철기유적이 고스란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달천철장과 울산공업센터는 2,00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그 살아 있는 증좌가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셈이다. 이 중요한 콘텐츠를 외면하는 것은 후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달천철장에 주목하고 아이언 파크 조성에 보다 적극적인 행정적인 지원은 물론 예산지원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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