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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의료 인프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주말 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울산에 공공의료원 건립을 요청하기도 했다. 

영상회의로 진행된 회의는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상황을 고려해 관계 부처와 지자체의 총력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송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면서 울산이 공공의료원 하나 없이 지내온 것이 가장 아쉬웠고, 공공의료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울산의 의료인력 부족 사태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이 부문에서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172명 수준이지만 서울은 267명, 경북은 116명, 울산은 123명으로 나타났고, '인구 10만 명 당 간호사 수'는 전국 평균 248명 수준이지만 서울은 345명, 충남은 154명, 충북은 17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의 경우 의료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중증질환이나 의료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최근 울산시민들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울산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최근 펴낸 '2020 울산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통계자료집'에 나온 통계다. 통계자료집은 울산권역의 심뇌혈관질환 현황을 파악하고 시민건강 유지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낸 것으로 2019년 한 해 동안의 각종 질환에 대한 통계를 실었다.

울산시 전체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32.1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강원(337.1명), 충북(335.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이란 인구구조가 다른 집단 간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령구조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사망률이다. 

울산시 주요 사망원인 그룹별 1위는 암으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90.8명이었으며, 2위는 순환계통 질환으로 74.8명이었다. 주요 사망원인 중 세부 원인별 사망원인 1위는 심장질환으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9명이었고, 2위는 뇌혈관 질환 30.0명, 3위는 자살로, 인구 10만명당 24.8명에 달했다.

질환별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보면, 고혈압성 질환과 당뇨병, 뇌혈관질환 사망률의 경우 울산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혈압성 질환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6.8명으로 전국 평균 4.6명에 비해 크게 높았다, 부산은 5.7명으로 2위, 인천과 경남이 5.5명으로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당뇨병 사망률도 전국 평균이 8.0명인데 반해 울산은 이것에 배에 달하는 16.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당뇨병 사망률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도(5.3명)로 울산의 당뇨병 사망률이 세 배 이상 높았다. 뇌혈관질환도 전국 평균이 10만 명 당 21.0명에 비해 크게 높은 30.0명을 기록해 전국 최고 사망률을 보였다.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의 경우 울산이 전국 평균 13.6명에 비해 다소 높은 17.5명을 기록해 사망률 17.8명을 보인 대구 다음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울산시민의 건강행태 가운데 흡연율은 전년 대비 1.2%p 감소, 4년 전 대비 2.2%p 감소하면서 전국 17개 시·도 중 여섯 번째로 낮은 19.0%를 기록해 매년 전국보다 낮은 수치를 보인 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반해 월간음주율은 전국 평균 59.9%에 비해 높은 63.5%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최근 울산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의과대학 유치'와 '상급병원급 제2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물론 공공병원 건립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문제다. 지금 추진되는 300병상 규모의 '산재전문공공병원'은 실질적인 공공병원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 

울산의 경우 실질적으로 울산시를 기반으로 하는 의과대학을 확보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취약한 지역 의료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공감대를 얻은 상태다. 실질적 의대 확보는 울산대 의대의 현지화도 포함되는 문제다. 

울산시와 울산대의 구상대로 울산 도심에 들어설 1,000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은 급성기 환자를 전담하고, 동구에 있는 현재의 울산대학병원은 암 전문 병원으로 전환하는 시대가 빨리 앞당겨져야 한다.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울산의 의료 낙후성은 곧바로 극복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응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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